한국GM이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경영정상화 이후 내놓은 신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GM은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생산율은 떨어지고 복직을 기다리는 군산공장 휴직자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3일 한국GM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GM은 고용노동부가 내린 창원공장 직접고용 명령에 불복,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고용부는 한국GM 창원공장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774명을 불법 파견으로 보고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고 부평공장 888명도 불법 파견으로 결론냈다. 최근 쌍용차가 해고자를 전원 복직하는데 합의하고 기아자동차가 공장 내 사내 하도급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내년까지 1,300명을 추가로 고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최근 자동차업계가 해고자와 비정규직 문제에서 유화 분위기로 가는 방향과 다른 쪽을 택한 셈이다.
한국GM이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불가’로 판단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5월 부평공장에서 열린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를 피켓 시위로 막은 데 이어 7월에는 40여명이 사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갈등은 7월 말 한국GM 노사가 주력 차종 판매감소와 단종으로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진 부평2공장(연 17만대 생산능력)의 근무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더 커졌다.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는 근무가 줄면서 2공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약 300명) 가운데 120명 이상 일자리를 잃는다. 현재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개인 경호원을 경비업체를 통해 고용한 상태다.
관련기사
사실 한국GM의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직원들과의 이해관계와도 얽혀있다. 현재 부평 2공장은 경영정상화 때 합의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단행 중이다. 현재 30% 수준인 부평2공장은 가동률은 내년 소형 SUV 생산(약 7만5,000대)이 시작되면 70%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생산이 증가하면 근로자가 더 필요하다. 이 자리는 가동률이 낮은 올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되며 직장을 잃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지난 5월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휴직에 들어간 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질 가능성이 높다. 이쿼녹스 등 한국GM이 국내 시장에 새로 내놓은 차량들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인데다 내년에 나올 신차들이 잘 팔려도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GM과 노조,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GM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수급 업체와 계약을 했을 뿐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직원들과 한국GM이 고용 관계가 없으니 노동부가 요구하는 고용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