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적금’으로 통하는 인프라펀드 수익률이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펀드는 터널·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인 실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실은 -20% 펀드까지 나올 정도로 처참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프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23%로 부진했다. 3개월, 1년 수익률도 -3.03%, -5.28%에 그쳤다.
인프라펀드의 경우 투자 지역과 성격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큰 편이다. 대표 펀드인 맥쿼리인프라펀드가 꾸준한 수익을 냈던 것은 세계 최대 인프라투자그룹이 1조7,000억원을 서울 우면산터널, 인천대교 등 우리나라 12개 알짜 자산 중에서도 통행료를 받는 자산에 국한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운용사의 인프라펀드는 신흥시장과 선진국 해외 인프라 기업 주식을 공략하다 보니 투자 실패가 빈번한 편이다. 대다수 펀드 수익률이 죽을 쓰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시 10년간 1조달러를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공약은 미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인프라 시장까지 들썩이게 했다. 지난해 초 일부 펀드의 경우 1년 수익률이 50% 달할 정도로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데다 유가마저 상승해 건설투자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탓에 골드만삭스운용이 위탁 운용하는 ‘하나UBS글로벌인프라펀드’는 지난해 초 1년 수익률이 17%를 넘어섰으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1.31%로 하락 반전했다. 중국 산업재와 정보기술(IT)에 집중 투자하는 ‘하이차이나 인프라-컨슈머펀드’ 역시 지난해 말 1년 수익률이 50%를 웃돌았는데 올 수익률은 중국의 경제 부진으로 -20%에 육박한다. 인도 인프라 종목에 투자하는 ‘IBK인디아인프라펀드(-17.56%)’와 ‘미래에셋연금인디아인프라펀드(-16.26%)’도 몰골이 말이 아니다.
실적이 휘청이면서 자금도 이탈하고 있다. 1년간 1,289억원이 빠져나가 현재 설정액은 3,477억원에 불과하다.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인프라펀드는 세계 경기 회복세, 투자 대상국의 환율과 정치경제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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