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는 2016년 4월에도 이재석 카페24 대표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사업성공에 대한 확신과 독특한 자신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올해 9월, 포춘코리아가 다시 이 대표를 찾았다. 카페24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2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등 어느덧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9월 5일 오후. 기자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카페24 회의실에서 잠시 후 시작될 인터뷰 준비를 위해 혼자 짐을 풀고 있었다. 한창 가방을 뒤지고 있을 때 누군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앞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포춘에 이름을 올리면 성공한 것이라던데 맞습니까?”
홍보 책임자쯤 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고개를 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앞자리엔 2016년 5월호 포춘에 실린 그 모습 그대로(넥타이 색상만 바뀌어 있었다) 이재석 대표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 배어있는 듯한 웃음기, 다소 빠른 발음, 평범한 40·50대 연상시키는 친근하면서도 올드한 의상… 이전에 봐왔던 다른 CEO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문득 사전 정보수집 때 확인한 구성원들의 높은 CEO 지지율과 친밀도가 떠올랐다.
기자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포춘 기사에 두 번이나 오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 성공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카페24
카페24는 괄목상대라는 표현을 쓰기에 꼭 알맞은 기업이다. 카페24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하는 플랫폼’이란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2000년대 후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흑자전환 성공에 이어 올해 2월엔 코스닥까지 입성하며 기업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카페24는 코스닥에 입성한 후에도 승승장구다. 대부분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부풀려 상장가를 책정하는 까닭에 상장 이후 곧장 주가가 하락세로 꺾이는 경우가 많지만, 카페24는 9월 현재 공모가(5만7,000원)의 거의 세 배인 15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재석 대표는 이에 대해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궤도에 올라선 상태에서 상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상장을 우선순위에 놓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성장의 기회를 놓치거나 성장을 희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카페24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장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10년 전에도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안 하고 상장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길게 보고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성장성 높은 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테슬라(특례상장) 제도’가 생기면서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그 제도를 통해 상장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 전자상거래 선순환 모델 만들어
이재석 대표의 말처럼 카페24는 현재 성장 궤도에 완전히 안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제반 투자가 크게 증가해 2016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해외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또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하면서 영업이익(74억 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카페24가 매출 성장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 올해부터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계정 수 및 거래대금이 늘면서 쇼핑몰 솔루션 PG(Payment Gateway) 중개수수료(카페24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고정비 지출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카페24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각각 218억 원, 409억 원에 형성돼 있다.
카페24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카페24 주식 매집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장과 동시에 기관 중심 매물 폭탄이 출회되는 일반 주식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 변화가 눈에 띈다. 상장 당시 2%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9월 현재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재석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카페24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희 비즈니스 모델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료로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해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활성화하고 결제나 광고, 마케팅, 마켓 플레이스 등 연관 기업들을 플랫폼 수익 구조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전자상거래시장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거든요.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활성화될수록 카페24 수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당분간은 프리미엄을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만이 카페24의 유일한 장점은 아니다. 전문 쇼핑몰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역시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카페24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지난해 카페24가 구축한 쇼핑몰에서 발생한 총 거래액은 6조7,000억 원이었다. 국내 총 거래액 17조1,000억 원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카페24 쇼핑몰 거래액은 2014년부터 20%대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카페24 측은 올해 거래액이 8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페24 고객사들이 자사 쇼핑몰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판매채널과 연동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페24가 전자상거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새로 론칭한 쇼핑몰의 60~70%가 카페24 솔루션으로 구축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쇼핑몰 솔루션 1등 플랫폼’이란 인식이 굳어져 신규 쇼핑몰 사업자들이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기업이 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온라인 쇼핑몰 시장 성장보다 카페24 성장률이 더 높을 것이란 전망의 근거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저는 카페24가 우리나라 쇼핑몰 시장 성장에 기여한 부분을 설명할 때 이런 예를 들곤 합니다. 일반 전화기를 스마트폰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과 같은 일을 했다고요. 카페24가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한다고 하면,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필요한 교육에서부터 국내외 쇼핑몰 구축, 해외 오픈마켓 입점 및 상품 연동, 마케팅, 홍보, 결제, 국내배송, 해외배송까지를 다 말하는 겁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카페24한테 맡겨라’ 이게 우리 슬로건이에요. 카페24의 이런 서비스 내용이 최근 많이 알려지면서, 또 임블리·육육걸즈·핫핑 같은 성공한 쇼핑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신규 창업자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해외시장도 공략
카페24는 올해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넘어 해외 현지 사업자들이 카페24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페24의 해외진출인 셈이다.
카페24는 현재 미국·중국·일본·필리핀·대만 등 5개 나라에 8개 지사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지사는 한국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만 했지만, 올해 4분기부턴 일본을 시작으로 카페24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일본 시장 진출은 이미 상당 부분 사업이 구체화돼 내년부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왜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일본시장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중국은 규제가 심해 쇼핑몰 구축 외에 결제나 배송 등 복합 서비스 제공이 어렵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게 단순히 쇼핑몰 하나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미국은 이미 비슷한 서비스 업체가 있는 데다 시장 조사와 인프라 구축이 더 필요할 것 같고요. 그렇다고 어쩔 수 없이 일본을 선택한 건 아닙니다. 저희 데이터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가 구축한 쇼핑몰에서 해외로 나가는 상품이 가장 많은 곳이 일본이거든요. 저희 플랫폼 인프라 구축에 우호적인 의사를 밝힌 기업들도 다수 확보했고요. 일본 중소기업들이 상품 경쟁력을 갖췄는데도 저희 같은 업체가 없어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현지 업체들의 하소연도 많았습니다.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가게 된 거라 보시면 됩니다.”
◆ 플랫폼 완성도 더 높일 것
1999년 설립돼 올해 19년 차를 맞은 카페24는 그동안 능동적이고 유연한 사업 환경 대처를 통해 많은 변화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1999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 등 다양한 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며 기회를 찾았다. 인터넷을 활용한 시장이 커질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어떤 사업 모델을 메인으로 할 것인지 확정하지 않아 사업 초기엔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2002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다는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선택한 사업이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한 호스팅 사업이었다. 호스팅 사업 1년째이던 2003년, 곧 전자상거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구축한 호스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쇼핑몰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빌드업(Build-Up) 개념을 통해 쇼핑몰 솔루션을 플랫폼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렇다면 카페24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있을까. 이 대표는 글로벌 쇼핑몰 솔루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물건을 하나 구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부담스럽죠? 카페24 쇼핑몰 솔루션이 가시적인 성과는 내고 있지만, 70억 세계인이 다른 나라 쇼핑몰에서 이질감이나 불편함 없이 쉽게 사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객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카페24의 원스톱 플랫폼을 좀 더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고객이 자신에게 익숙한 결제·배송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이 거기에 포함된다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착실히 앞으로 나가다 보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스기사 1>
◇ 카페24가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
카페24 주가는 9월 현재 15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상장 초기 7,000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조5,000억 원을 넘어섰고, PER·PBR도 각각 240배, 90배로 시장 평균을 한참 웃돌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아직도 카페24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많다. 애널리스트들의 카페24 목표주가는 대체로 2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시장의 이 같은 평가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쇼피파이 Shopify사례에 근거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캐나타 오타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업체이다. 2004년 설립돼 2015년 4월 상장한 기업으로 현재 주가가 16~17만 원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올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재미있는 것은 쇼피파이가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현재 시가총액이 상장 초기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올랐다는 점이다. 상장 초기 쇼피파이 시총은 2조311억 원이었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쇼피파이 주식 평가액이 높다 보니 카페24 주식 역시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게다가 쇼피파이는 적자를 지속 중이지만, 카페24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해외시장 진출도 코앞에 두고 있어 시장 기대치가 더 높다. 이는 상장 이후 카페24가 계속 주목받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카페24는 1999년 설립돼 올해 2월 상장했다.
<박스기사 2>
◇ 카페24 vs. 쇼피파이
쇼핑몰 솔루션 기업이란 점에서 카페24와 쇼피파이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 구성 콘셉트에는 차이가 있다.
쇼피파이는 서구문화 중 하나인 ‘Do it yourself’ 개념에 기초해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병렬식으로 나열돼 있어 사용자가 스스로 서비스를 가공하고 활용해야 한다. 쇼피파이는 재료만 제공할 뿐이다.
반면 카페24는 한국적 서비스 문화인 ‘One-stop’ 개념에 기초해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자들이 상품 개발 등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카페24가 필요한 시스템 개발 등 나머지 서비스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박스기사 3>
◇쇼핑몰 사업의 해외 마케팅 전략
최근 온라인 쇼핑몰들의 주요 관심사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카페24도 7개 언어로 된 해외몰 구축이나 해외 오픈마켓 입점 및 상품 연동, 결제, 배송, 마케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서비스 지원을 받더라도 모든 쇼핑몰들이 기대한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해외 진출에선 마케팅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마케팅을 활용할 것인지부터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알리바바 같은 유명 e커머스 플랫폼에 올려놓기만 하면 다 되는 걸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전문몰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선택이죠.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관광객들이 제주도에 가서 많은 소비를 하지만 노트북을 사지는 않잖아요. 시장에 매칭 되는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올려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저가 위주 상품몰들은 알리바바와 같은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기능이나 스타일 위주 상품을 취급하는 몰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런 곳들에겐 오히려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SNS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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