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034730)그룹 내 SK하이닉스(000660) 영업이익 비중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그룹 전체의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력이었던 통신·정유화학은 정체 상태이고 반도체 경기 변동도 큰 만큼 ‘포스트 반도체’ 찾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그룹 핵심 3개 계열사(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096770)·SK텔레콤(017670)) 전체 영업이익 중 SK하이닉스 영업이익 비중이 올해 8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는 22조2,781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2조9,894억원)·SK텔레콤(1조3,861억원) 전망치를 압도한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통신·정유화학 등 3개 축으로 이뤄져 있지만 실적 차이가 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가 100개에 달하는 그룹 전체 실적과 비교해봐도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 비중은 80%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와 다른 계열사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3개사 영업이익 중 SK하이닉스 비중은 지난 2016년 40.7%에서 2017년 74.2%로 수직 상승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3조2,767억원에서 13조7,213억원으로 급증한 탓이지만 통신 및 정유화학 부문 정체도 한몫했다. SK이노베이션(3조2,283억원→3조2,344억원)과 SK텔레콤(1조5,357억원→1조5,366억원) 영업이익은 모두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변동으로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는 시황에 취약한 산업이다. D램 강자였던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가 한순간에 사라진 바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이 등을 돌릴 날도 가까워 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라고 천명했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기관은 반도체 경기 ‘고점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룹 전체 곳간이 계속해서 넉넉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올 3월 5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총 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만 지난해보다 44% 많은 27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SK하이닉스 이외의 캐시카우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일부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그룹은 ‘포스트 반도체’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바이오·제약 △셰일 에너지 △차량공유 서비스 등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바이오다. SK㈜는 7월 미국의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 파인 케미컬스’를 7,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지난해는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 공장을 사들이기도 했다.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이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빅데이터를 결합할 경우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가 SK㈜ 자회사인 SK바이오팜에 입사하면서 그룹 차원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이달 5,300억원을 들여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차이나 인사이더’를 넘어 ‘동남아 인사이더’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산그룹은 식음료 부문이 주요 사업 분야지만 베트남 7위 규모(시가총액 기준)의 대기업이라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나 각종 인수합병(M&A)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상호 간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워온 만큼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기업 DNA’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행보”라며 “수펙스를 비롯한 SK그룹 차원에서도 꾸준히 긴장감을 갖고 신규 사업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신희철·양철민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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