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2.00~2.25%로 올라 한미 간 금리격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1,500조원의 국내 가계부채 중 적어도 1,000조원에 달하는 변동금리 대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잔액 기준 국내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올해 7월 현재 69.8%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대부분의 대출이 변동금리여서 전체 가계부채 1,493조원 중 최소 1,000조원 이상이 금리 인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보험사에서 고정금리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 19조여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며 “은행의 신용대출도 크게 늘어나면서 고정금리 비중은 (당국의 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국내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는 분위기다. 신용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이날 2.013%로 전월(1.911%) 대비 0.1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훨씬 커지게 됐다.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 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잔액 기준 1.89%로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신용평가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할 경우 실제 주담대 금리는 5% 돌파 직전에 와 있다. KB국민은행의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4.78%, 신한은행은 4.54%, NH농협은행은 4.51%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다중채무자나 취약계층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이전 전망치인 2.8%에서 3.1%로 상향하며 올해 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해져 이전 정부에서 ‘폭탄 돌리기’식으로 해결을 미뤄 온 1,500조원의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 조선·자동차·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감원 등에 따른 가계수입 축소로 다중채무자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은행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뿐 아니라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112개로 이들의 부채 217조여원은 당장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편 연준은 내년에도 세 차례, 오는 2020년에는 한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각각 전망해 현재 상단이 0.75%포인트까지 확대된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과 관련해 “점진적인 정상화는 강한 (미국) 경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뉴욕=손철특파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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