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대표 무기인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064350)은 최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지상방산 전시회인 ‘DX코리아’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불참했다. 현대로템은 최근 방산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로템은 방위사업청과 당초 2019년까지 납품하기로 계약한 K2 전차 양산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매일 6억7,000만원씩 지체상금(인도지연금)이 쌓이고 있다. 현대로템이 K2 지연으로 물게 된 지체상금은 현재 2,000억원 수준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지체상금이 사업비(1조원)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정부와 협상을 통해 지체상금 규모가 조정될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의 DX코리아 불참에 방산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현대로템의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방산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업 방산업체인 LIG넥스원(079550)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25%에 그쳤다. 지난해 진행되던 사업이 중단되면서 발주처에서 기존 기성금을 회수해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이 크다. 하지만 영업이익률 하락 추세는 지난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IG넥스원의 2015년 영업이익률은 5.92%, 2016년에는 4.74%에 그쳤다. 한화(000880) 방산 계열사,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다른 방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59%에 그쳤으며 한화디펜스는 5.29%를 기록했다. KAI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방산업체들의 현재 상황은 제조업체들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8.4%다.
방산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첫 번째 원인은 전체 매출에서 8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가 매년 증가했음에도 업체들의 실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는 12조1,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와 방산업체들의 실적이 엇갈리는 이유로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감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대표적인 규제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꼽는다. 방위사업청은 부정당업자 처분 시 입찰 금지, 착중도금 지급 제한 등 10여개 항목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방산업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규제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한화디펜스의 경우 방사청과 장갑차 외주정비 등 6건을 계약에서 협력업체인 이오시스템이 부정당업자로 지정 당하며 제재기간 3년 동안 경영보상점수를 삭감당했다. 안영수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티끌 만한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을 중단하고 과징금을 때리고 또 생산이 지연되면 벌금을 때린다”고 꼬집었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방위사업청이 방산비리 수사에 대한 부담으로 투명성을 강조해 국외 무기 도입에 집중하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방위력 개선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외협력팀장은 “최근 몇 년간 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소요물량을 확충하면서 방위력 개선비가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국내가 아닌 해외 방산업체들에 주로 혜택이 돌아갔다”며 “정부가 남북 화해 시대에 발맞춰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꽉 막힌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수출 확대를 추진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KIET에 따르면 10대 방산기업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1조4,99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정부와 정부 간의 사업”이라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수출을 도와야 하는데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안 선임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시장의 수요를 보고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한국 방산업체들은 한국군의 수요만 보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시장 적합도가 떨어지다 보니 수출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