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은 지난해의 67.6%에 불과한 34억5,000만원만 배정했다. 기간도 지난해 34일에서 올해 10일로 줄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예산 당국이 정부가 초창기 정착 단계에서만 지원을 하고 점차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예산을 줄인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마저 줄어들면 행사는 물론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의 지원 축소에 코리아세일페스타 참가 기업은 지난해 446곳에서 올해 312곳으로 줄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소비자 만족과는 거리가 먼 코리아블프=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명칭으로 올해 세 번이나 행사를 진행은 하지만 준비는 부실했다.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동안 미국 최대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베스트바이가 광고한 내용을 보면 LG전자의 43인치 4K 울트라HD TV의 판매 가격은 279.99달러(31만원)로 기존 가격보다 150달러(17만원)나 저렴했다. 할인율은 35%에 달한다. 샤프전자의 50인치 4K 울트라HD TV는 179.99달러(약 20만원)면 살 수 있었고 이 제품의 할인액은 판매 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320달러(약 36만원)나 됐다.
반면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표 할인상품을 보면 LG전자 올레드TV의 할인율은 25%라고 소개돼 있을 뿐 기존 가격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인지가 소개돼 있지 않았다. 삼성건조기 그랑데 역시 할인율만 최대 20%라고 소개돼 있다. 금강제화의 리갈 신사화는 정가가 25만8,000원인데 40% 할인해 15만4,800만원에 판매된다고 안내돼 있지만 인터넷에 모델명을 검색해보면 지금도 17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처럼 인터넷상의 광고판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는 셈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10월 초부터 시작되는 백화점의 가을 정기 세일과 기간이 겹친다는 맹점도 있다. 두 개의 세일 기간이 맞물리는 만큼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늘부터 2주간 최대 80%에 달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지만 이 기간에는 가을 정기 세일이 포함됐다. 롯데백화점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맞아 가을 정기세일을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2016년부터 정기 세일과 겹쳤다”면서 “솔직히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가을 정기 세일의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할인율 못 정해”…유통구조도 흥행 악재= 근본적으로는 행사 주체와 유통 구조의 차이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민간에서 시작돼 그들의 필요에 따라 행사가 진행돼왔다.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의 물량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통 비용을 들여 제고를 판매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제품을 내놓는 것이 더 이익이다. 이는 정부가 참가 독려를 하지 않아도 매년 규모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에 따라 날짜를 정례화하는 정도의 조력자 역할만 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도 이 기간 지갑에서 큰돈을 꺼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닷컴이 소비자들에게 올해 행사 기간 동안 얼마의 지출을 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1%가 적어도 400달러 이상을 쓰겠다고 답할 정도다. 401~800달러를 쓰겠다는 응답자는 21%, 800달러 이상 쓰겠다는 응답자도 18%에 달했다.
반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판을 깔고 민간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정부의 눈치를 본다. 3년째 행사에 참여 중인 한 패션업계의 관계자는 “정권에서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할인 폭이나 참여 브랜드 수를 줄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 유통업체들은 직매입이 아닌 위탁 판매를 하는 구조라 할인 폭을 키우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매입을 통해 할인폭을 높일 수 있는 미국의 유통업체와 달리 국내 대부분의 대형 백화점은 특정 매입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통업체가 할인율을 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게 떨어져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유모씨(32)는 “지난해 할인액이 크다고 해서 백화점을 찾았는데 정작 살만한 물건은 할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업에서 발을 빼더라도 그 시점을 소비심리가 회복된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다소 반전할 수 있는 데,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소비행사를 축소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강광우·허세민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