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과 농산품 등을 포함한 양자 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보복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압박에 밀린 일본이 일단 무릎을 꿇은 형국이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우리는 미일 무역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수년간 다양한 이유로 (무역협상을) 꺼려왔지만 이제는 하기로 했다”면서 “매우 기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매우 똑똑하고 위대한 협상 상대”라며 “우리는 무역에서도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신속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교섭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미국과 일본 간에는 포괄적인 무역협정이 없는 상태로 미국은 공세를 취할 수 있는 양자협정을, 일본은 방어에 쉬운 다자 간 협정을 각각 선호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에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를 회피하며 트럼프 정부가 탈퇴한 다자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미국이 복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자동차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협상 방법에서 일부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교섭 중 일본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동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카드 보류도 ‘교섭 중에는 발동하지 않는다’는 것뿐으로 무역협정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며 “일본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688억달러 규모로 중국(3,750억달러)과 멕시코(71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양국 간 무역적자의 80%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입에서 발생한 것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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