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 GM자동차에 무더기 리콜 조치를 내렸다. 중국이 자동차 리콜 제도를 시행한 이래 단일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대강 맞불전략을 밀어붙이는 중국이 ‘비관세 보복’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매체 신랑망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전날 미 제너럴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의 합작법인인 상하이GM에서 생산한 뷰익과 캐딜락 자동차 332만6,725대를 리콜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내에서 취해진 자동차 리콜 중 최대 규모라고 신랑망 등은 전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뷰익과 쉐보레·캐딜락 등에 대한 이번 리콜 조치와 관련, 차량 내부 부품의 이상을 5년 전부터 조사해왔고 최근에야 관련 부품 등의 대량 무상회수와 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리콜 배경으로 GM 차량의 서스펜션과 조향장치 일부의 결함으로 자동차 주행 중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결정이 중국 당국의 정상적인 리콜 조사 과정에서 나온 조치라고 보면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이 2,00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량 리콜 조치가 결정됐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대미(對美) 맞보복 조치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론을 의식한 듯 중국 당국은 “소비자들의 요구로 부품 이상과 리콜 대상 여부를 조사 평가한 결과 리콜의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중 무역전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비관세 보복 대응은 사실 예상된 카드였다. 중국 당국도 미국의 2,000억달러 관세 폭탄에 대응해 곧바로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어치 규모에 맞보복 관세 조치를 시행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질적인 비관세 보복에도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수차례 드러내왔다. 러우지웨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미국 제조업에 절실한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부품의 수출을 중단하는 반격을 제안했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단순히 방어만 하지 말고 미국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수단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의 무역흑자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중국이 관세 보복만으로 맞대응하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사업활동 제한이나 미국여행 제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무대에서의 보호무역주의 반대 연대활동 강화 등 질적인 보복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심지어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한국 기업과 한국 여행상품 전면제한에 나섰던 사례도 미국에 적용하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 건수가 지난해 국경절 연휴 때보다 42%나 급감했다. 중국은 캐나다·멕시코·영국·일본에 이어 미국 관광 순위 5위국이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무역분쟁과 관련해 “중국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에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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