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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점 우려 커지는데..반도체 수출비중 13.9%→17.5%→24.5% 역대최고

■ 올 첫 6,000억弗 예상에도..수출에 드리운 4가지 그림자

② 車 등 10대 주력품 줄타격..철강 -43%, 선박은 -55%

③ 줄어든 물량 단가로 메우고 지역편차 여전..중남미 -42%

④무역갈등 확전·신흥국 둔화..내년 수출 더 어려워질 수도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수출입 동향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직접 주재하면서 “9월 수출은 조업일수 4일이 감소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김 본부장이 이 같은 당부를 한 이유는 고용과 설비투자 등 경제지표 대부분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경기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한 505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물론 김 본부장의 말처럼 조업일수의 영향을 빼면 수출은 개선됐다. 9월 하루 평균 수출은 25만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월별 수출 실적도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말까지도 분위기는 좋다는 게 정부의 전망. 김 본부장은 “올해 10월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11월과 12월에도 5%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출이 최초로 연간 6,0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 심화 되고 나머지 주력 업종은 부진한 수출 실적을 내놓는 등 우리 경제에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드리운 4가지 그림자를 짚어본다.

①반도체 쏠림 ‘역대 최고’= 지난달 전체 수출액(505억8,000만달러)에서 반도체 수출액(124억2,7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파는 물품 4개 중 1개는 반도체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9월(17.58%)에 비해 7%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난 2015년 9월(13.48%), 2016년 9월(13.96%)와 비교해보면 그 속도도 가파르다. 이런 와중에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반도체 고점론’을 꺼내 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 하락을 메울만한 수요 증가도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의 전망이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 전체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②자동차 등 10개 주력 업종 감소=반도체 착시 현상에 10대 주력 수출품의 부진이 가려져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22.4% 감소한 29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산업부는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라고 했지만 올 들어서 자동차 수출이 증가한 건 지난 1월(13.3%)과 8월(0.4%) 뿐이다. 완성차 수출 부진과 맞물려 중소·중견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수출도 18.2% 감소했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도 지난 2016년 수출 감소 추세로 전환한 뒤 2년 내내 감소 행진이다. 지난달에도 33.1%나 수출이 줄었다. 또 선박(-55.5%), 철강(-43.7%), 가전(-35.8%) 등 주력 품목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③물량 축소로 단가 의존…수출 다변화는 ‘악조건’=수출 물량이 16.2%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 1·4분기 2.4% 감소하다가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지난달 다시 쪼그라들었다. 이를 메운 것은 단가다. 수출 단가 상승률은 9.2%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이 급락한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적 요인으로 그나마 양호한 성적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독립국가연합(CIS·11.2%), 인도(11.2%), 중국(7.8%)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수출이 줄었다. 특히 중남미는 42.7% 감소했고, 중동(-27%), 베트남(-16.6%) 등도 대폭 줄었다. 정부는 인도 등 4개국에 집중하는 수출 다변화 계획을 세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리면서 신흥국들의 수입 여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악조건에 처해 있다.

④내년 수출 전망은 더 어두워=문제는 내년 이후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 하고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이밀며 자동차 관세를 부과 할 태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산 자동차는 면제해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더욱이 미국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신흥국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기별로 보면 수출 증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쏠림현상과 미국 금리인상 등 수출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내년 수출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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