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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명품들의 '재단'…예술, 맵시가 달라진다

에르메스, 덕수궁 복원 사업 등

국내 장인 전통적 기술 지키기 앞장

역량있는 창의적 신진 작가들 지원도

'고유한 브랜드 헤리티지' 고객에 전달

샤넬·루이비통·까르띠에 등 대규모 전시

상업 활동 넘어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꽃 피운 거장들의 뒤에는 15~16세기 학문과 예술활동을 장려했던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메디치 가는 은행업으로 세대에 걸쳐 축적한 부를 아끼지 않고 예술가·학자들에게 후원했으며 수많은 걸작의 탄생에 기여했다.

이처럼 위대한 예술가 뒤에는 예술가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후원자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명품 브랜드들도 묵묵히 문화와 예술을 장려하는 ‘메디치 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르메스 코리아는 2008년 설립한 ‘에르메스 재단’을 통해 기술과 창의성을 갖춘 개인과 단체를 후원해 오고 있다. 까르띠에도 예술가 후원에 적극적인 고급 브랜드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은 직접 전시회를 열며 국내에 예술문화 전파에 적극적이다. 브랜드들은 전시회를 통해 고객과 직접 만나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전달하는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에르메스 코리아가 문화재청과 2015년 맺은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에 명시된 활동의 일환으로 복원 사업을 후원한 덕수궁 함녕전./사진제공=에르메스 코리아


◇‘180년 에르메스’ 한국의 장인 정신 후원 앞장=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제작한다는 장인정신으로 오랜 전통을 이어 온 에르메스는 현대에도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존하는데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에르메스 코리아는 문화재청과 지난 2015년 7월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을 체결하며 국내 장인들의 전통적인 전문 기술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을 도울 뿐 아니라 국내 장인들의 무형 자산이 후대에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에 시작된 에르메스 코리아와 문화재청의 첫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5대 궁궐 중 하나인 덕수궁 복원사업이었다. 조선 말기 고종과 순종의 침전으로 사용된 함녕전(보물 제820호)을 국내 장인들과 함께 철저한 고증 끝에 당시의 생활공간을 재현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문화유산 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아름지기 재단’의 자문과 장인 추천을 통해 진행됐다. 함녕전의 도배 및 장판 교체 공사 그리고 내부 및 외부 집기 재현 등의 과정이 현재 3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에르메스 측은 “한국의 문화유산 중에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궁궐들의 보존과 복원에 장인들의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앞으로도 국내 문화재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을 함께 하고 국내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 보존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는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2000년 한국 미술계 지원을 위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역량 있고 창의적인 작가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상은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았다. 지난해 수상자인 오민 작가는 에르메스의 후원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4개월간의 ‘레지던시(예술가가 특정 공간에 거주하며 다른 예술가와 교류하며 창작 활동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를 보냈고 지난달 6일 개인전을 개최했다.

1회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인 장영혜(왼쪽)작가와 장 루이 뒤마 전 에르메스 회장./사진제공=에르메스 코리아


◇명품들의 이유 있는 ‘전시회 사랑’=명품 브랜드들은 자체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거나 뮤지엄과 협업하기도 한다. 특히 명품 소비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들을 겨냥해 ‘디뮤지엄’ ‘DDP(동대문디지털플라자)’ 등 핫플레이스에서 ‘미디어 아트’와 함께 과감한 전시를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국내 컨템포러리 아트를 위한 전시 공간인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 11월에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3층에 개관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14년 10월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리뉴얼을 통해 지하 1층으로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과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전시를 포함해 연 3회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전시와 컨템포러리 아트 현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을 소개하는 기획전 등으로 구성된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많이 찾는 미술관·대규모 전시 공간을 빌린 전시회도 명품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예술 활동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샤넬이 디뮤지엄에서, 루이비통이 DDP에서 대규모 전시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에도 지난 4월 반 클리프 아펠이 DDP에서 무대미술 전시회를 열었다. 5월 몽블랑은 디뮤지엄과 컬래버한 전시를 선보였다. 같은 달 까르띠에는 지난 5월 K현대미술관에서 ‘크리에이티브 팝업 부티크’를 열어 운영했는데 전시 공간 마다 디지털 영상이 배치돼 ‘미디어 아트’도 함께 전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들이 전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단순한 제품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헤리티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브랜드의 역사를 이해하는 고객은 향후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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