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보험사에 적용될 새 회계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국내 초우량인 삼성생명도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킥스 산출방식을 확정해 시뮬레이션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킥스 도입 시뮬레이션 결과 RBC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험사 중 RBC 비율이 300% 이상으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삼성생명마저 RBC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것이다. RBC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고객이 한꺼번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전부 내주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RBC 비율을 150%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100% 미만이면 자본확충 등 경영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다. 삼성생명의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왔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보험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킥스 산출방식이 정해지면 당장 천문학적인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서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0.8%이며 자기자본이 29조8,000억원이다. RBC 비율을 150%로 맞추려면 적어도 5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왔다는 것은 추가 증가 여력이 없는 중형보험사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첫 시뮬레이션 기준대로 시행되지는 않겠지만 세부기준을 마련할 때 업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거나 도입 시기 등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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