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50억원+알파(α)’를 얻기 위한 글로벌 e스포츠계의 34일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의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말한다. 이른바 ‘롤드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지난해 결승전이 열린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 4만명의 관중이 모였고 전 세계 시청자 수만 5,700만명에 달하는 등 최대 글로벌 e스포츠 축제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한 롤드컵은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지난 1일 예선전(플레이 인 스테이지)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까지 대회를 진행한다. 한국과 중국, 북미, 유럽 등 14개 지역에서 총 24개팀 (한국 3개팀)이 참가했으며 기본 총상금만 222만5,000달러(약 25억원)이다. 여기에 롤드컵 개최를 기념해 롤 게임 내부에서 판매하는 상품(특별 스킨)의 수익금도 상금으로 분배된다. 롤 개발사인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상품 수익금을 최소 30억원 안팎으로 예상해 최종 상금 규모는 5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롤드컵도 총 상금이 494만달러(약 55억원)를 기록했다. 전문 통계 사이트 ‘e스포츠어닝’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롤 대회는 2010년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8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2,134개가 열렸고 총 5,657만달러(약 634억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전체 상금 규모로 보면 ‘도타2(1억6,970만달러)’와 ‘카운터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6,202만달러)’에 이어 3위다.
예선전은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마련된 ‘롤(LoL)파크’에서 진행되지만 8강(부산)과 4강(광주), 결승전(인천)은 각각 국내 다른 도시에서 열린다. 특히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은 2만6,000석의 관람권이 단계적으로 판매할 때마다 2시간 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롤 개발사인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대회 진행 상황을 고려해 결승전 관람권을 추가로 판매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2009년 북미 지역에서 처음 출시된 롤은 2011년부터 한국에서도 정식 서비스됐다. 롤은 기본적으로 각 팀 5명씩 총 10명의 사용자가 참여하며 전장(맵)에서 상대방의 ‘넥서스(상징 건물)’를 파괴해야 승리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5명의 구성원이 함께 다양한 무기와 마법으로 상대방의 캐릭터를 쓰러뜨리는 형태여서 반복해서 이뤄지는 전투를 지켜보는 시청자와 관객의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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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를 무기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롤이 e스포츠 시범 종목으로 선정돼 각국 대표 선수가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지상파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e스포츠를 생중계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롤’에서도 종주국으로 꼽힌다. 롤 누적 상금 순위를 보면 상위 10명 중 9명이 한국 선수다. 이 중에서도 SK텔레콤 T1 소속의 이상혁(Faker·페이커)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14회나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 누적 상금이 118만달러(약 13억원)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연봉만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국내 프로야구 ‘연봉왕’인 이대호 선수의 25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10개 프로팀이 참가하는 ‘롤 챔피언십 코리아(롤챔스·LCK)’는 미국의 프로농구리그(NBA)나 프로야구리그(MLB)에 비교되기도 한다.
전 세계 롤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도 상당한 공을 들이는 편이다. 실제 라이엇게임즈는 국내 롤 전용 공간인 롤파크를 임대료와 내부 공사, 인력 채용 비용 등을 합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마련했다. 롤파크 내부에 들어선 400석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 ‘LCK 아레나’에서는 롤드컵 등의 대회가 열린다. 또한 101개 좌석이 마련된 ‘라이엇 PC방’과 카페, 기념품 판매 공간도 문을 열 예정이다.
이승현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는 “롤파크를 만든 것은 단순히 손익 계산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e스포츠와 게임업계의 구성원으로 산업 발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사용자와 팬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개발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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