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이었던 양빈은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여러 기업인들을 만나 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이날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리덩후이 전 총통의 최측근이었던 류타이잉 전 중화개발금융공사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의 롯데그룹, 말레이시아의 겐팅그룹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는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사업과 관련한 논의를 했으며 대만·한국·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양빈이 신의주 특별행정장관 신분으로 복귀해 신의주 개발을 주도할 수 있으며 이미 중국·미국·북한 정부의 동의를 얻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양빈은 6월에도 비밀리에 대만을 방문해 류 전 이사장을 만나 신의주 경제특구 공동 개발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2년 신의주에 홍콩을 모델로 한 사법·행정·입법권 독립 특별행정자치구를 설립하기로 계획하고 초대 행정장관으로 당시 30대 후반의 갑부 양빈을 임명했지만 중국 당국이 그를 탈세 혐의로 구속 수감하면서 신의주 특구 프로젝트도 사실상 무산됐다. 양빈은 18년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14년 만인 2016년에 출소했다.
한편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에서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북한 편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또 북한은 올 들어 유력 인사들로 구성된 경제시찰단을 중국으로 보냈던 데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로도 경제 관련 핵심 인사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김윤혁 철도부상이 참석해 철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에너지포럼에는 김만수 전력공업상을 단장으로 하는 전력공업성 대표단이 참석한다. 북한은 지난해에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서도 북중 간 교역은 점점 살아나는 분위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8월 2,700여톤의 정제유를 북한에 제공했고 이는 7월 반입량의 3배에 달한다. VOA는 “중국이 8월 들어 대북 정제유 반입량을 크게 늘린 점이 주목된다”며 “중국은 지난해 10월과 올 3월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2,000톤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제공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정영현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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