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전문 제약사들이 ‘의료일원화’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둔 의사와 한의사간의 갈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돼 양방 중심의 의료 교육 구조와 양방 전문 의약품 중심의 국내 제약 환경이 개선되면,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방 전문 제약사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중 의약품 포장단위를 한방에서 사용하는 단위인 ‘환’을 쓰는 곳을 한방 전문 제약사로 볼 경우, 국내 300여개 제약사 중 한방 전문제약사는 17곳 정도다. 한풍제약과 한국신약, 함소아제약 등이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한방 전문 제약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전체 제약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녹십자, 유한양행 등 주요제약사의 매출은 연 1조원을 넘어선 상황이지만 한방 전문 제약사는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 한풍제약조차 매출 60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 업체들은 100억~300억 내외에 불과하다.
이웃한 일본과 중국이 대형 한방 전문 제약사들을 보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방 전문 제약사인 쯔무라 제약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중국의 한방 제약사인 광동일방제약은 2017년 기준 매출액이 41억 위안(약 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한방 전문 제약사들이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시장 규모와 국내 제약 환경 때문이다. 한약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내 한약 제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기준 2,959억원으로 시장 자체가 작고, 우황청심환과(21.4%)과 쌍화탕 (6.5%), 갈근탕 (4.8%) 등 제품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국내 제약 환경도 한방 전문 제약사가 크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전문의약품 중심의 의약품 시장에서 전문의약품이 아닌 한약 제제는 급여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 부담이 크다. 일반의약품은 최근에는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등 제도가 개선돼 다양한 한약 제제에 기반한 제품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한약 전문 제약사의 약을 처방해야 할 약사들 역시 대부분이 양방 중심의 교육을 받아 한방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방 전문 제약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고 소비자 부담이 커 한방 시장의 성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약사들의 한방에 대한 이해도 낮아 제약사들이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의료일원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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