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 공공기관 세 곳 중 한 곳은 현지 토호나 전문성이 부족한 지역 출신 인사가 감사나 비상임이사를 꿰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지역에서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혁신도시와 개별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3곳 중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확인 가능한 108곳을 전수조사해보니 33개 기관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지역인사는 크게 △지역 기업 △시민단체 △지역 정치인 △지자체·시도의회 △지방 언론 등이다. 구체적으로 나주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한국전력공사는 전남 나주지역자활센터장인 박철수 비상임이사가 지난 6월부터 일하고 있다. 그는 나주시취업정보센터장과 시민단체 광주전남행복발전소 이사 등을 지냈다. 에너지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같은 식으로 한전KPS에는 지역 건설사 임원 출신인 배일진 비상임이사가, 제주도로 옮긴 공무원연금공단에는 서귀포 안덕농협 이사 출신인 오정훈 상임이사가 있다. 정치권의 경우 해당 공공기관이 위치한 곳의 지역위원장과 지역 시도당 출신이 포진했다. 시민단체만 해도 플랫폼 경남이나 대전환경운동연합처럼 전국이 아닌 특정 지역을 활동무대로 하는 인사들이 비상임이사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1년에 1억~2억원, 비상임이사는 2,000만~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감사나 비상임이사가 지역에서 선거에 도움을 주고 충성한 사람들에게 하나씩 주는 자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정순구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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