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를 받던 방카슈랑스 시장이 삼성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마케팅 경쟁으로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방카 시장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형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을 올리며 공격적인 영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시이율은 금융사가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하는 이율로 금리와 자산 운용수익률 등을 고려해 매달 집계된다.
삼성생명의 공시이율은 지난해 12월 2.58%였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 2.78%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2.58%에서 2.79%로, 교보생명은 2.53%에서 2.78%로 올렸다. 이 같은 상승폭은 흥국생명과 함께 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결과 업계 점유율 역시 상승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초회보험료 기준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점유율은 14%로 업계 4위에 머물렀지만 2018년 상반기에는 약 19.2%를 기록해 업계 2위까지 뛰어올랐다.
기존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기업의 이 같은 행보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좋고 외국계 회사의 인수로 자본 확충이 이뤄진 중소형사들은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NH농협과 오렌지라이프는 방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는 상황이다. 오렌지라이프는 1·4분기 기준 전년 대비 판매실적이 약 3.6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보험 업계에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정점을 찍었던 도입 초창기에 10년 만기 상품 가입자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는 재계약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 생보업계의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사태 등으로 발목이 묶여 있던 대형사들이 마땅한 수익처도 없는 만큼 연말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카 시장으로 재기를 꿈꾸던 중소형 보험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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