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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 먹잇감 전락...혁신도시의 민낯]국책硏은 지역 인사 '0'이지만 전문성 있는 곳 진입도 시간문제

과기평가원 등 명망가로 채워

비상임이사도 전문성 높여야





국가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내년 12월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지금은 서울 서초구에 있다. 기관의 성격도 전문적이다. 그래서인지 과학기술평가원의 이사진은 전문가로 꽉 채워져 있다. 비상임이사진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지낸 손욱 이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CD 총괄사장 출신의 이상완 이사,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를 지낸 김성근씨가 이사에 올라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를 포함해 지방으로 내려간 공공기관 가운데 상당수는 과학기술평가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과학기술평가원도 지방으로 이전하면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소한 과학과 신기술을 연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 108개를 따져보니 국책연구원에는 지역 인사가 들어온 사례가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노동연구원·산업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법제연구원·교육개발원·환경정책평가원 등 주요 국책연구원에는 정치권이나 지역 출신 인사가 ‘0’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해양수산개발원 같은 지역 기반 연구기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연구원에는 등기임원이 원장과 감사 정도여서 자리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전문성이 인정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고 전문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이런 자리에는 가겠다는 사람도 이를 허용하는 경우도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다른 공공기관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나 한전KPS·한전KDN 같은 에너지 전문 공공기관에도 지역 인사들이 줄줄이 내려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는 물론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공공기관 감사나 비상임이사 자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관의 지방 이전 후에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넘어서 비상임이사 자리까지 지역 인사들이 밀고 들어온다”며 “국책연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공공기관은 에너지나 금융처럼 전문 분야가 있는 곳인데 정부나 청와대에서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인사의 공공기관 진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못된 시스템 구조 문제 가운데 하나로 부적격 인사를 보낸다는 문제를 떠나서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무늬만 공모 식으로 임원추천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도 전문성이 중요한 자리에는 비상임이사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 자원개발에 문제가 많았고 지금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공기업 경영에 부담이 가고 있다”며 “한두 명이라 하더라도 비상임이사에 전문가가 아닌 지역 인사가 들어가면 이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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