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채택한 시니어 사업과 관련된 투자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며 기저귀 산업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어서다.
영유아용 기저귀 판매의 부진으로 유한킴벌리의 매출은 2015년부터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 2015년 1조 5,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유한킴벌리는 2016년 1조 4,999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1조 3,567억원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940억원에 달하던 영유아용 기저귀 시장 규모(B2B 제외)는 지난해 7% 감소한 9,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32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어 영유아용 기저귀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전체 영유아용 기저귀 시장이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기저귀 브랜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동안 독주체제를 굳혀 온 유한킴벌리의 ‘하기스’는 5년째 시장 점유율이 감소 중이다. 유로모니터 통계를 보면 하기스는 2012년 55.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가 지난해 50.1%로 하락했다. 올해 1·4분기에는 급기야 40.3%로 10% 포인트 떨어지며 위상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커머스기업 티몬도 최근 3년 사이 국내외 브랜드의 기저귀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하기스 매출 비중이 기존 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2위를 차지하는 프록터앤드갬블의 ‘팸퍼스’는 2012년 6.2%의 점유율에서 지난해 8.2%로 상승했다. 3위 브랜드인 클린나라의 ‘보솜이’는 2012년 5%에서 2017년엔 7.9%로 올랐다. 2, 3위 모두 1위 하기스의 점유율을 갉아먹은 셈이다. 하기스를 흔들고 있는 배경에는 해외 프리미엄 친환경 기저귀 수요의 증가와 가격 경쟁력 및 기능성을 겸비한 국내 중소형 브랜드의 약진도 자리한다.
일찌감치 저출산 문제를 우려한 유한킴벌리는 2012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액티브 시니어(경제활동하는 노년층)’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령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해 회사의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2012년부터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유한킴벌리는 성인기저귀 사업에 뛰어드는 한편 시니어 시설을 대상으로 심리·위생 교육을 제공하는 시니어케어 매니저 지원사업과 시니어용품 공익유통기업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내부에서도 신통치 않다는 반응이다.
일본의 경우 2016년 이후 성인용 기저귀의 시장규모는 영유아용 기저귀의 시장규모를 역전했다. 국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2015년 470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570억원 규모로 증가했지만 3년 간 점유율은 61%대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국내 성장의 한계를 느낀 유한킴벌리는 ‘포이즈’라는 브랜드로 일본에 진출했지만 5년 동안 점유율 2%대에 그치며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깃발을 꽂은 서유럽 시장에선 오히려 브랜드 점유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2년 디펜드는 영국에서 5.6%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해마다 비율이 감소해 지난해는 3.9%로 떨어졌다. 네덜란드에선 2014년 27.9%로 고점을 찍었다가 지난해는 23.5%로 하락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디펜드, 포이즈 등 성인용 기저귀는 합작투자사인 킴벌리 클라크의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되는 것으로 유한킴벌리에 속하는 매출은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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