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또다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5일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벌써 6번째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유례없는 실적 신기록 행진에도 불구하고 먼저 ‘미래 먹거리’를 찾지 않을 경우 삼성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대내외 불확실이 나날이 커져 가는 중,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초조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복수의 삼성 계열사 임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경영 일선 복귀 이후 ‘미래성장 사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동시에 사회적 역할을 부각하는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8월 유럽에 이어 이달 북미·유럽까지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인공지능(AI) 현장 점검, 외국 관계사 고위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AI와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돌려놓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존경받는 삼성’이 되기 위한 노력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직원의 직접 채용 발표와 7월 반도체 백혈병 중재안 무조건 수용 결정, 8월 경제활성화를 위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 확대 방안 발표 등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복수의 삼성 계열사 임원들은 최근 삼성SDI와 삼성화재,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이와 같은 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삼성을 둘러싼 경영 외적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 본인의 대법원 판결이 목전으로 다가온 데다 노조 와해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재벌그룹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비판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당분간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 행보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부정적 관행에 대한 ‘청산’ 방안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나 계열사 재편 등을 통해 그룹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미래에 대비하는 한편 과거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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