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채솟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에 경유·휘발유 가격도 높은 오름세를 계속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9% 상승했다. 지난해 9월(2.1%)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이 12% 뛰면서 전체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폭염과 폭우에 작황이 나빠진 채소류가 12.4% 뛰었다. 전달 대비로는 14.5% 급등해 지난 8월(30%)에 이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호박이 전달보다 58.5%, 상추는 45.8% 치솟았다. 이에 따라 채소·과일·생선·해산물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8.6%나 올라 전달(3.2%)보다 상승폭이 2.5배 이상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에 석유류 가격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0.7% 뛰어 전체 물가를 0.47%포인트 끌어올렸다. 생계형 화물차에 많이 쓰이는 경유 가격이 12.3%, 휘발유는 9.9% 올랐다.
전기료 인하 효과가 끝난 것도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전기·수도·가스는 1.8% 하락하면서 전달(-8.9%)보다 하락폭이 크게 줄었다. 7~8월 누진제 구간 조정에 따른 한시적 완화가 끝나면서 지난 9월 전기료는 전달보다 20% 올랐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2% 올랐다. 역시 지난해 9월(2.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이렇게 서민들의 체감 살림살이는 팍팍해졌지만 우리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 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은 1.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3개월째 1.0%에 그쳤다. 2000년 2월(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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