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안팎의 반대에 부딪쳤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과 가입자단체들은 가입자인 국민이 소외됐다며 비판했고, 연기금 투자 전문가들은 교수나 공무원 위주의 구성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속도를 높여 추진하려고 했던 복지부도 이 같은 반발 속에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가 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보고한 기금운용위 개선방안을 보면 민간 위원의 자격요건을 신설했다. 대학에서 금융·경제·자산운용·법률·사회복지 분야에서 조교수 이상의 직에 3년 이상 재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혹은 같은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로 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했거나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변호사나 회계사로 명시했다. 개선방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주로 경제 분야 학자 위주로 기금운용위원이 꾸려져 정부 차관 등 당연직 위원과 활동하게 된다. 현재 기금운용위원은 근로자 단체, 사용자 단체, 시민사회 단체 등이 추천한 인사로 민간 위원을 구성하고 자격요건은 없었다.
이날 참석한 한국노총 추천 위원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전문성은 대표성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복지부의 방안대로 하면 대표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위원도 “현재 국민연금 산하 각종 위원회가 교수나 공공기관 소속 학자, 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그 위에 옥상옥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추천 위원은 “법률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사용자·노동자·지역가입자를 대표하도록 돼 있는데 시행령을 바꿔 자격요건을 만들면 법과 시행령이 따로 놀게 된다”면서 반대했다.
복지부 내 기금운용위를 보좌할 사무국을 두고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겠다는 내용도 일부 위원이 질타했다. 한 위원은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해 문제가 됐던 것인데 사무국을 복지부 밑에 둔다면 민간 전문가를 둔다고 해도 여전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투자금융(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으로 구성되면 복지부 입장에서 업계를 편든다는 오해의 소지는 없겠지만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오늘은 복지부가 준비해온 개선안을 처음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또 기금운용위를 별도의 사무국을 갖춘 상설기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상근위원 3명이 기금운용위 산하 소위원회 3개를 이끈다. 상근위원은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에서 각각 1명씩 위촉할 계획이다. 기금운용위 회의도 월 1회로 정례화하고 필요할 경우 수시로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기금운용위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복지부에도 3개 전담부서를 거느린 사무국이 별도로 갖춰질 예정이다. /임세원·김상훈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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