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전망치를 하향 조정해도 잠재성장률과 물가 수준이 예상대로라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히며 연내 인상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서 “이달 (경제) 전망치가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전망치 조정 여부보다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예상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목표 수준에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서면 금융안정도 비중 있게 고려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최초 3.0%로 제시했지만 지난 7월 2.9%로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달 추가 하향 조정이 유력하다. 그러나 잠재성장률(2.8~2.9%)을 크게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로 한은 목표치(2%)에 근접했다. 이 총재가 말한 ‘시점’이 다가왔다는 얘기다.
가계 부채와 한-미간 금리 격차 등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금리 인상에 무게를 뒀다. 그는 금융불균형이 위험한 수준이 언제인지를 묻는 말에 “가계부채 증가세나 경제주체의 위험자산선호 등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수준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위험하다는 영역에 근접했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웃돌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점을 지적한 점을 미뤄볼 때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데 대해 “우리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당장 큰 폭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한미금리격차가 확대되면 유출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 정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의 금리 관련 언급과 관계없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중립적으로 판단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가 본연의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외부 의견을 너무 의식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하지 않는다든가 인상이 적절하지 않은데도 인상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을 두고 “현시점에서 어느 요인이 주됐는지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도 하나지만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이라던가 개발계획 발표 후 기대심리가 확산한 점이 같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저금리 정책 탓으로만 돌리려는 듯한 모습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달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요건에도 맞지 않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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