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언론공개 행사로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파리모터쇼2018’.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발표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형 로스스터 Z4와 럭셔리 스포츠 쿠페 8시리즈가 무대 위에 등장해 달렸다. 클라우스 프렐리히 BMW 그룹 개발 총괄 사장은 “운전의 순수한 즐거움이 BMW의 전부다(Sheer driving pleasure is what BMW is all about)”라고 강조했다.
제네바와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모터쇼 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전기차와 미래 자율주행차 기술을 뽐내며 미래 차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 파리모터쇼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잘 팔릴 차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팔릴 상품을 쏟아낸 브랜드는 BMW였다. 미래 차보다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인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전면에 내세웠다. BMW는 신형 Z4와 8시리즈를 소개하고 바로 글로벌 베스트 스포츠유틸리티(SUV) X5의 풀체인지 모델을 ‘대장이 돌아왔다(The boss is back)’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공개했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SUV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X5는 크기를 더 키우고 약점이던 실내 인테리어를 한층 고급스럽게 바꿨다. 여기에 BMW가 지난 40년 간 전 세계 시장에서 1,500만대 이상 판매한 3시리즈의 신형(7세대)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7세대 3시리즈 역시 크기를 키우고 실내를 고급화했다. 클라우스 프렐리히 BMW 그룹 개발 총괄 사장은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DNA(유전인자)를 고스란히 간직한 뉴 3시리즈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맞불을 놨다. 벤츠는 발표 초입 부분에 순수 전기차 EQC를 소개하며 미래 차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더니 곧 굵직한 신차 소개로 도배했다.
X5와 경쟁하는 중형 SUV GLE 신형을 최초로 공개했다. 역시 크기를 한층 키우고 실내는 최고급 세단 S클래스의 정체성을 담아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승용부문 연구개발 총괄은 “벤츠는 2008년 이후 중형 SUV를 160만대 이상 팔았다”며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고성능 엔트리 모델인 AMG A 35 4매틱 모델과 A클래스 세단도 내놨다.
아우디도 마찬가지였다. 순수 전기차 E-트론(TRON)을 선보였지만 전시관 대부분은 볼륨모델인 중형 세단 A6와 스포트백 A7, 중형 SUV Q5, 대형 SUV Q8으로 채웠다.
유럽에서 판매량이 뛰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로 팔릴 차들을 앞에 내세웠다. 기아차는 유럽 시장 전략 모델인 프로씨드 신형을 세계 최초로 파리모터쇼 무대에서 공개했다. 왜건형을 날카롭게 다듬은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의 프로씨드에 대해 그레고리 기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디자인과 개발, 생산 모두 유럽을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형 씨드GT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에밀리오 에레라 기아차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신형 프로씨드를 비롯해 오늘 선보이는 차종들은 유럽 시장에서의 기아차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발표 무대를 마련하지 않은 현대차도 전시관에 세계 최초로 i30 패스트백 N을 공개한 데 이어 i30 N의 ‘N 옵션’ 쇼카(견본차량)도 내놨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뛰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 ‘N’을 강조한 셈이다.
프랑스 업체들도 신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푸조는 왜건형 508SW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경차 108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시트로엥도 플래그십 SUV인 ‘C5 에어크로스’를, 르노는 ‘카자르’와 ‘트윙고’의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모두 현재 유럽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볼륨 모델이다.
포르쉐 역시 글로벌 베스트 셀링 컴팩트 SUV 마칸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이와 함께 718 박스터 등 엔트리급 모델들들을 전시관에 내세웠다. 또 랜드로버와 재규어,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들도 모두 주력 모델들로 전시관을 채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 모델을 앞세운 데는 최근 전 세계에서 모터쇼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파리모터쇼만 해도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중 한 곳인 폭스바겐그룹과 피아트, 볼보 등이 불참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럭셔리 브랜드도 빠졌다. 모터쇼 대신 유투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쪽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어서다. 파리모터쇼에 참가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모터쇼의 위상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몇 년간 브랜드들이 다른 모터쇼와 언론 발표, 유튜브 등에서 미래 비전을 수차례 제시했기 때문에 파리모터쇼는 볼륨 모델을 내세워 수익을 끌어올리는데 방점을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