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맥주 만드는 것을 엄청 좋아해 수제맥주회사도 공동 창업했고 지난해 세계맥주양조대회(NHC)에서 우승하기도 했죠. 그러다 새콤달콤하고 몸에 좋은 콤부차라는 유기농 발효음료에 꽂혀 회사를 또 차렸어요. 장비·공정·포장도 유사했거든요.”
맥주 올림픽으로 불리는 NHC에서 지난해 우승한 박상재(사진·30) 부루구루 대표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4년 KAIST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할 때 경영대 기숙사에서 수제맥주를 만들다 차단기가 내려가는 바람에 정전 사태가 발생해 하마터면 쫓겨날 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6년 30~40종의 수제맥주를 만드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공동 창업했다. 그러다 맥주와 공정이 유사하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콤부차에 눈을 뜨게 된다. 맥주회사에 지분은 남겨놓은 채 경영에서 손을 떼고 지난해 말 KAIST MBA 동문들과 유기농 발효음료 스타트업인 부루구루를 새로 창업했다. 박 대표는 “맥주는 알코올을 발효시켜 만들고 콤부차는 젖산·소산을 발효시킨다는 차이만 있고 장비나 포장까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콤부차는 녹차나 홍차를 우린 물에 여러 미생물로 구성된 공생체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만주에서 유래했으며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마셨고 최근에는 미란다 커 등 일부 할리우드 스타의 기호식품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 콤부차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37%나 성장했고 코카콜라 등도 콤부차 기업 투자와 인수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아버지가 제조업을 한 덕에 오토캐드와 솔리드웍스 등 설계 프로그래밍이나 용접기술까지 익히게 돼 수제맥주회사를 차릴 때처럼 직접 설비 하나하나를 제작했다”며 “창업 6개월 만에 종균 배양 용기에 관련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종균을 자체 배양하는 기술과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을 막는 발효 컨트롤 기술을 확보했고 사워 맥주나 샴페인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기술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에서는 박 대표와 KAIST 동문인 박훈(29·테크노MBA 재학 중)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자로 생산과 경영관리를, 아모레퍼시픽에서 스타트업을 기획한 추현진(40·테크노MBA 2015년 졸업) 이사가 전략을, 김형진(31·경영공학부 박사 과정 2018년 졸업) 이사가 고객관리를 각각 맡고 있다. 12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양조와 연구개발(R&D)이 가능하며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7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박 대표는 “균일화된 품질 관리와 대량 생산·유통 시스템을 갖춰 아직 도입기에 있는 국내 콤부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온라인 시장도 개척하고 현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직영매장도 내고 레스토랑 등 식당이나 햄버거나 피자가게, 마트나 편의점 등으로 납품처도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내년에는 미국, 내후년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한편 박 대표는 5월 모교에 1억원의 창업장학금을 기탁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MBA를 딴 뒤 20%~30%가 창업하지만 우리나라는 MBA 출신 창업가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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