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들이 신규 인가를 통해 부동산신탁업계에 진입을 예고한 가운데 기존 신탁사들도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부동산신탁업계가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 위주로의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 주 초 신규 신탁사 인가 기준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2~3곳의 신규 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관심 있는 업체들도 물밑에서 인가 신청 준비에 한창이다.
금융권에서는 NH·신한금융지주가 신탁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우리은행도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신규 인가 신청에는 NH금융지주만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아시아신탁 인수를 추진 중이고,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어 당장 신규 인가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주사전환을 마무리한 이후 기존 신탁사 인수 등을 통해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아시아 신탁과 가격 등 인수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증권사들도 신탁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대신, 메리츠가 적극적인 가운데 KTB, 신영, 키움 등도 관심을 표명해왔다. 증권사들은 신탁업 진출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 HDC현대산업개발 등 비금융회사들도 신사업 일환으로 신탁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패션·유통회사인 LF의 경우 코람코신탁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현재 신탁업계는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차입형 신탁업을 위주로 하는 대형사 4곳과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등에 주력하는 KB부동산신탁·하나자산신탁 등 금융계열의 신탁사 2곳, 무궁화·국제·코리아 등 개인 대주주가 소유한 중소형 신탁사로 구성돼 있다. 기존 신탁사 중에서는 코람코, 아시아, 생보신탁의 주인이 최근 바뀌었거나 인수협상이 진행중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담보신탁 위주의 중소형 신탁사는 생존기반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향후 신탁업계가 자본력, 영업력을 갖춘 금융·건설사 계열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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