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부품을 제조하는 A사는 최근 숙련공 5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뒀다. 직원 수 300인을 넘어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자 월급 실수령액이 줄어든 직원들이 규모가 작은 동종업체로 옮긴 것이다. 최수중(가명) 대표는 “10년 가까이 다닌 직원도 8월 급여명세서를 받자마자 사표를 던졌다. 다른 직원들까지 영향을 받을까 걱정돼 주중에 하루 쉬는 대신 주말근무로 돌려 특근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달래고 있지만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오르고 매출은 줄면서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주52시간근무제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과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근로자들은 잔업이나 주말 특근이 없어지면서 소득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기업은 조업시간 축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소제조업계가 근로시간 단축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 역시 주52시간 규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일을 하고도 휴식시간에 포함시키는 등 ‘꼼수’가 늘면서 ‘보여주기식’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8일 근로시간 단축 시행 100일을 맞아 산업계를 취재한 결과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난 가중과 인력이탈로 인한 조직관리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조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매출감소,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현장 근로자들은 폭발 직전이다. 욕실도기 업체 B사 관계자는 “생산직 평균 월급이 제도 시행 전 400만원 수준에서 시행 후 25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공장장을 붙잡고 애 학원비라도 보낼 수 있게 일감을 더 달라고 호소하는 직원들도 여럿”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업시간은 줄이면서 직원 급여를 제도 시행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준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끙끙 앓는 모습이다.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김대철(가명) 대표는 “주변에 노조가 강한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 이후에도 전년도 수준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사장이 대출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며 “우리 회사 역시 같은 수준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올려줘야 하는데 인건비가 오른 만큼 생산성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맹준호·이수민·신희철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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