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공개한 2018년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기후변화와 지속성장이 주된 연구분야다. 노벨위는 “이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에 관해 연구해왔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시장에만 집중하는 주류 경제학과 다른 길을 걸었다. 자연과학이나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이를 경제학으로 풀어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노드하우스의 눈에 들어온 이슈는 지구온난화였다. 온실가스 감축도 결국 각국 경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합의를 담은 ‘교토의정서’를 잇달아 탈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가의 이익과 돈 앞에 기후변화 대응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노드하우스는 탄소배출량 제한 정책이 가져다주는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 데이터로 분석해 전 세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제모형과 이론으로 입증한 그는 눈앞의 이익을 좇아 공장을 더 돌리는 행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통계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비용 산출까지 연구범위를 넓혔다. 이를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해 유명세를 탔다. 탄소배출권 전문가인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변화와 거시경제 관계를 연구한 선구자”라며 “적당한 때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노드하우스 교수가 만든 기후 연구모델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적 노력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국내에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이나 한국환경정책평가원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 활용한다.
그는 공개적으로 반전론을 내세웠다. 전쟁이 가져온 반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공개했는데 지난 2003년 이라크전 비용이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990억달러에 달하며 최악의 경우 1조9,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4년에는 인플레이션 조정 후 미국의 2차 대전 비용은 2,000억달러, 베트남전은 5,000억달러라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수상자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경제성장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천재 학자’, 노벨경제학상 단골 후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는 기술 진보가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내생적 성장이론의 선구자다. 기존 전통 경제학은 생산요소 중 하나인 자본은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한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론을 펼쳐왔다.
하지만 로머 교수는 지식이 자본과 달리 축적될수록 오히려 한계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개발을 통해 얻어낸 지식은 쉽게 전파되며 공유될 수 있고 제3자가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효용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외부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 모형을 개발해 연구에 대한 투자로 혁신을 이뤄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거시경제학의 한 영역을 개척한 연구성과 덕에 그는 1997년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25인’에 선정됐다. 로머 교수는 2007년 한국을 찾았을 때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기술과 지식은 교육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혁신과 창조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머의 연구는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로서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수석부총재를 지냈는데 WB의 칠레 기업환경평가를 두고 로머 교수가 평가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스스로 물러나야만 했다. 당시 WB 이사로 근무했던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WB 측에서 리서치 쪽을 강화하려고 영입했는데 결과적으로 보고서 이슈로 오래 못 버텼다”며 “WB에서의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김영필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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