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되고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면서 연초 수준인 2,500선을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신(新)박스피’가 도래했다는 전망이 완연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증권사의 코스피 평균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는 지난 7월 2,532.5에서 8월 2,375로 6.22% 하향 조정됐다. 올 들어 가장 큰 변동폭이다. 5월까지 2,600선을 유지했던 수치는 7월 2,500선으로, 다음달 2,300선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증권사가 가장 높게 잡은 전망치(최고점) 역시 2,717.5에서 2,495로 8.19%나 감소했다. 최저점은 2,285(5.28% 하락)로 8일 종가인 2,253.83보다 오히려 높다. 증시가 바닥까지 내려온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최악의 경우 연말쯤 지수가 2,200선 아래로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내년 추정치도 우울하다.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평균을 2,431.25로 내다봤다. 분기별 예상치도 1·4분기 2,407.5, 2·4분기 2,430, 3·4분기 2,487.5로 2,40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4·4분기나 돼야 2,525로 수치가 높아진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 달러 강세와 이를 강하게 지지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코스피의 반등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미국의 취업자 증가율은 둔화했으나 임금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경기가 계속 확장하는 모양새”라며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세 차례가량 더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과거에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보다 계속 웃돌면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금융불안에 빠지는 모습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에 대비한 미국 국채 금리 및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미국 기준금리 수준은 경기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언급한 것이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달, 필요하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지만 이는 증시에 또 다른 변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동수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증시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금리 조정에 대비한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 기조가 예상보다 완화해 코스피에 보다 일찍 반등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없지는 않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독일과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미국 채권 수익률을 빠르게 뒤쫓고 있는데 이는 지역 간 금리차의 추가 확대가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탈리아 재정 사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과 터키의 분쟁 등이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 달러 강세가 수그러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추가 금리 상승이 점쳐지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동반되지 않은 금리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며 “미국의 장기금리가 3%대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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