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하락과 치솟는 물가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에 지난 2001년 디폴트 선언 이후 사라졌던 ‘물물교환’이 부활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중남미 위성방송사인 텔레수르 등 현지 언론들은 “쌀을 구하기 위해 청바지를 내놓거나 설탕을 얻기 위해 축구 유니폼을 내놓는 물물교환 시장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서 성행하고 있다”며 “모레노 지역에는 5,000여명이 모이는 물물교환 시장이 네 개나 생겼다”고 보도했다.
텔레수르는 이어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였던 2001년에 등장했던 물물교환 시장이 다시 나타난 것은 그만큼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들어 페소화 가치가 달러 대비 반 토막 나는 등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음식과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연초 이후 밀가루·달걀 등 기본식품 가격은 40%에서 많게는 100% 이상 가격이 폭등했으며 올해 1월 25%대였던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8월 말 현재 34%에 육박하는 등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페소화가 제 기능을 못하자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하는 등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암호화폐는 일반화폐보다 변동성이 높고 리스크가 크지만 페소화 가치가 워낙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화폐의 기능을 잃어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는 암호화폐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국제 투자가들이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기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자본유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IMF는 특히 아르헨티나 등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일부 국가들은 통화가치 급락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는 올 초 IMF에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뒤 통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바람에 지원자금을 570억달러로 늘렸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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