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불거진 무면허 의료인의 대리수술과 관련 정부에 의사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대리수술을 막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에서는 즉각 “이번 사건을 빌미로 권한을 키우려는 꼼수”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임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자격자 대리수술 관련 결의문’을 발표했다. 대한의학회, 외과계 전문 학회 및 의사회 등 다른 의사단체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진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과한다”며 “대리수술을 시킨 사실이 밝혀진 의료인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와 고발조치를 통해 법적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조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계 권한을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의협이 자체 최고 수위 징계인 회원 자격정지를 내리더라도 해당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대리수술을 한 회원을 의협이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복지부에 처벌을 의뢰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의협 산하에 독립적인 의사 면허 관리기관이 만들어지고, 자율적인 징계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보다 실질적인 자정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인권과 의사들의 직업 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오는 12일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공개 토론회에 의협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의협은 지난 5일 토론회가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며 불참을 통보한 상황이다.
의협의 이날 간담회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진정성이 부족한 반쪽짜리 사과”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조윤미 씨앤아이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대리수술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로 면허관리의 문제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환자가 사망한 대리수술 사건 관련해 면허관리 운운하는 것은 사건을 빌미 의협의 권한을 키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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