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는 e레지던시(e-residency) 제도로 총 167개국 4만6,919명을 전자영주권자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4,820여개의 스타트업을 새롭게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빠른 통신속도를 구현하는 ‘라이파이(Li-fi)’ 관련 사업을 하는 인도의 스타트업 벨멘니도 e레지던시로 법인을 세우고 독일·프랑스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죠.”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에스토니아의 오트 바테르(사진) e레지던시 총괄 사무관은 혁신적인 전자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가 자국 경제 발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인 e레지던시 제도는 혁신과 합리성을 한 번에 잡았다”며 “전자영주권이라는 가상의 개념이 (기존 영주권과 혼동돼)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연합(EU)에 진출하는 효율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가 지난 2014년 12월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영주권인 e레지던시는 세계 어디서나 에스토니아의 가상 영토 내에서 창업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크기는 한국의 절반, 인구는 서울의 7분의1에 불과한 소국인 에스토니아는 기술과 창업에 대한 열정을 지닌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터넷 세계의 영주권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역내 세제혜택 등을 노린 기업들이 유럽 진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에스토니아의 e레지던시를 이용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는 e레지던트를 위한 기업용 계좌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은 물론 가상 오피스 제공 기업 등도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법인을 설립하기가 용이하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로는 18분 만에 e레지던시와 관련 시스템으로 법인 설립을 마친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1,262명이 e레지던시를 취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남대문 인근에 개설된 전자영주권(ID카드)수령센터에서 직접 e레지던시 카드를 받을 수 있어 최근 한국 국적의 신청자가 늘었다고 바테르 사무관은 전했다. 당초 에스토니아 정부는 인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제도를 홍보했지만 한국 신청자가 급격히 늘어 센터를 만들었다.
에스토니아는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롯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까지 3억5,000만유로(약 4,563억원)가 자국 내 스타트업 투자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이날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과 에스토니아 기업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에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에스토니아는 한국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유럽 진출을 위한 디지털 관문이 돼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만 e레지던시로 거둬들인 추가 세수는 80만유로(약 10억원)라고 바테르 사무관은 설명했다.
한편 딜로이트는 오는 2021년까지 에스토니아 e레지던시를 보유한 이가 15만여명으로 증가하고 이를 토대로 2만200개의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들이 2025년까지 창출할 부가가치는 1인당 7만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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