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롯데는 현재 롯데지주가 지배하는 유통·식품 계열사와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화학·건설·물산 등의 계열사로 나눠져 있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대주주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가 대주주로 형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 롯데 역시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호텔롯데도 신 회장의 영향 아래 있지만 외형적으로 불안한 지배구조는 롯데그룹의 구조적 취약점 중 하나로 늘 거론된다. 이 때문에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체제 편입은 호텔롯데, 즉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고 신 회장 중심의 ‘하나의 롯데’가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지주와 함께 한국 롯데의 한 축을 이루던 호텔롯데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며 “롯데케미칼은 한 해 매출만 15조원 이상을 올리는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체제 편입은 롯데지주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조 9,290여억원을 벌어들였다. 롯데정밀화학(004000) 등 롯데케미칼의 자회사들까지 포함하면 3조원이 넘는다.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023530)과 호텔롯데 등 유통·서비스 계열사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의 영향으로 죽을 쑨 가운데서도 롯데케미칼의 선전은 롯데그룹을 지탱하는 힘 중 하나였다. 결국 한 해 3조원이 넘는 현금이 롯데지주사 체제로 유입되는 셈. 상당수는 화학분야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겠지만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롯데케미칼이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초 지난해 출범 당시 롯데지주는 ㈜LG와 같은 순수지주회사를 표방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인수합병 등 투자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번 유화 부문 계열사 편입으로 보다 다양한 사업 구상과 신사업 진출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된 셈.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이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유통과 식품, 화학, 건설 등이 패키지로 진출하는 경향이 컸다”며 “화학 계열사를 직접 거느리게 됨으로써 이런 전략이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에도 재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호텔롯데의 상장이 본격 추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럴 경우 호텔롯데를 활용해 정리하려 했던 금융계열사에 대한 처리 문제도 서둘러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신 회장이 복귀하자마자 호텔롯데에서 롯데케미칼을 떼어 냄으로써 결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작업은 한국 롯데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롯데지주의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동안 경영권 분쟁 등을 겪었던 신 회장이 복귀 후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자사주 소각은 표면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 제고 방안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복귀하면서 롯데그룹 지배력 강화에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롯데그룹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양철민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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