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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1주 多표'로 상장 벤처기업 경영권 방어

■與 "창업벤처 차등의결권 추진"

코스닥 상장 중소·벤처로 제한

시중돈 벤처기업으로 유입 포석

재계 "투자기회 늘어날것" 환영

'역차별' 기관 투자 기피 우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창업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주 등 주요 주주가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식의 의결권을 높이는 차등의결권은 야당도 과거부터 도입을 주장해온 정책이다. 청와대와 정부보다 여당이 먼저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늘릴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대기업도 헤지펀드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면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경영권 위협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자 업계 역시 오히려 역차별을 받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11일 국회와 정부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도입 방안은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당 최대 10배 의결권을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차등의결권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 권역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구글은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창업자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미국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 비중은 지난 2009년부터 급격히 늘어 2015년 기준 13.5%에 달한다. 알리바바·바이두·징둥닷컴·웨이보 등도 이 같은 이점을 누리기 위해 홍콩 대신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대어를 놓친 홍콩거래소는 올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7월 샤오미가 첫 사례가 됐다. 중국도 9월 기술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이 국내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코스닥 벤처기업 활성화에 있다. 시중에 자금은 넘치고 뚜렷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코스닥 상장 문턱까지 성장한 벤처기업으로 돌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벤처투자조합 결성금액은 지난해보다 1.1% 느는 데 그쳤고 투자조합 수는 오히려 12.8% 줄었다. 2013년 이후 매년 급성장해온 벤처투자가 주춤한 모양새다.



재계는 차등의결권 허용 방침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의 한 임원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창업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데 이 중에서 경영권 찬탈이 목적인 투기자본도 있지 않겠느냐”며 “창업주로서는 차등의결권이 있어야 맘 놓고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이번 기회에 차등의결권 적용 기업의 범위 등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벤처캐피털(VC)의 한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이 있다고 투자를 안 할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면서 “코스닥 상장사에 차등의결권을 준다면 일반 주주는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등의결권이 최대 지분을 가진 경영자의 전횡을 키워 기업의 장기 성장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경영권을 공격당할 일이 없다”면서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가 오히려 역차별을 우려한 기관투자가가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신희철·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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