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캐나다도 철강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전체 수출 물량 중 2.1%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수출 물량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올 들어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미국·EU·캐나다뿐만 아니라 인도·터키 등 다른 나라도 수입산 철강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간) 오는 25일부터 수입산 철강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는 철근·열연강판·후판·컬러강판·선재·스테인리스 강선·강관 등 7개 제품에 대해 지난 3년간 평균 수입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잠정조치로 향후 200일간 적용된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세이프가드를 정식으로 발동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수출 물량은 37만톤으로 전체 수출 물량(3,167만톤)의 약 1.19%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비중으로만 보면 이번 캐나다 정부의 조치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입산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추세는 우려스럽다. 미국과 EU뿐만 아니라 터키·인도까지 최근 수입산 철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수출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 올 들어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 수입이 막히면서 캐나다 수출을 크게 늘려왔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캐나다 철강 수출 물량은 44만톤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물량을 넘었다. 특히 강관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강관업체들의 캐나다 수출 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사들이 캐나다에 수출한 강관 물량은 9만톤으로 미국·쿠웨이트·일본·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지만 올 들어서는 8월까지 14만톤을 수출해 미국 다음으로 많다.
관련기사
홍정의 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캐나다가 주력 시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올 들어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캐나다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현재 품목별 쿼터를 적용하고 있는 EU의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국가별 쿼터로 변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국가와 거리가 먼 한국은 품목별 쿼터를 적용할 경우 경쟁국인 터키 등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철강협회는 지난 9월 EU 공청회에 참여해 한국 철강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EU의 쿼터 적용 기준은 이르면 연말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