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산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소비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부딪히는 유통 업체가 Z세대 공략에 적극적이다. 움직임은 온오프라인 업체를 가리지 않는다. 키워드는 영상과 인플루언서. Z세대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를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데 따른 것이다. 자신의 추천이 트렌드임을 주장하는 ‘셀플루언서(Self+Influencer)’ 경향 속에서도 스스로의 취향을 추천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인플루언서를 찾게 되는 점을 파고들었다.
Z세대는 당장 경제력을 갖춘 세대는 아니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가구 내 소비 의사결정에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 특히 이들이 오는 2020년 이후에는 전 세계 노동인구의 1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Z세대의 소비 성향 분석은 기업들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IBM기업가치연구소의 조사 결과 Z세대는 부모가 식음료(복수응답·77.0%), 가구(76.0%), 생활용품(73.0%), 여행상품(66.0%) 등을 구입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범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온라인 구매에 능숙한 Z세대는 이미 가정 내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데 발언권과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Z세대는 기존 매체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수용하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상품비교를 꼼꼼히 챙긴다. 유행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추구하는 특성도 있다. 이들이 경제의 주력 세력으로 등장하면 기존 브랜드의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조사 결과 ‘주로 이용하는 의류 브랜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세대의 31.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Z세대는 16.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는 신생 브랜드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유통 업계를 중심으로 직접 Z세대의 감성에 발맞춘 영상을 제작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V커머스(비디오커머스)’라는 영역이 새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을 기획자들이 직접 소개하는 ‘단종수비대’ 영상을 파일럿 형태로 올렸다 반응이 좋아 최근 정기 콘텐츠로 만들기로 했다. 영상이 매출로도 연결됐다. ‘네즈’의 왁싱젤 매출은 영상이 올라온 후 1주일간 매출이 전월 대비 네 배 늘었다. 물로만 클렌징하는 퍼프 ‘페이스 헤일로’는 온라인몰 기준 방송 전보다 열 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8월부터 공식 유튜브ㆍ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 ‘쇼알(쇼핑의 정보, 팁을 알려드립니다)’을 선보이고 있다. 10대·20대에게 쇼핑 정보와 유통 트렌드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15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백화점·홈쇼핑 등 전통적 유통 업체들은 기존 인플루언서들과 손잡고 고객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플랫폼 만들기에도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인플루언서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 ‘네온(NEON)’을 열었다. 네온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상품 구매를 모바일이나 PC에서 일괄적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인플루언서는 상품 정보 공유와 판매를 담당하고 롯데백화점이 배송과 서비스를 맡는다. 현재 30여명이 참여 중인 인플루언서 수를 1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도 온라인몰 ‘현대H몰’에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패션·잡화 브랜드 전용관 ‘훗(Hootd)’을 8월 오픈했다.
Z세대의 소비 패턴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던 국내 가전시장의 지도도 바꿔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기술 기업 다이슨은 Z세대 공략에 성공해 국내 가전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다이슨 무선 청소기는 100만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청소 성능, 배터리 지속력, 편리함 등에서 유선 청소기를 대체할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Z세대가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자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무선 청소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다이슨 타도’에 나섰다. TV시장에서도 Z세대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TV가 점점 대형화하는 추세인데 이는 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50인치대를 넘어 60인치대에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면서 “TV 제조사들이 앞다퉈 초대형 TV를 내놓는 데는 30~40대 소비력이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몰 럭셔리족’을 겨냥한 기획 아이템도 잇따른다.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은 39만9,000원짜리 무선 이어폰 ‘E6’을 내놓았다. 애플의 ‘에어팟’ 등 시판 중인 무선 이어폰보다 비싸지만 브랜드 가치를 알아보는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독일 명품 가전 업체 밀레는 200만원가량의 엔트리급 전기오븐을 선보였다. 주력 오븐(300만~400만원선)보다 가격을 낮춰 명품 구매욕구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박준호·신희철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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