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사업부서의 효율성 제고 및 ㈜한화의 역할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지난 9월 한화큐셀·한화토탈·한화지상방산 등의 사장단 인사에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끝없는 혁신’의 실행을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12일 ㈜한화의 화약·방산 통합 대표에 오른 옥경석 사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됐다. 경영혁신에 강점을 가진 옥 사장은 한화케미칼(009830) 폴리실리콘 부문 사장, 한화건설 사장 등을 거쳤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모태인 화약 부문을 외부 출신인 옥 사장이 맡은 것을 주목하며 김 회장의 포용적 경영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 회장은 최근 창립기념사에서 “개방성에 기반한 실력주의만이 더 큰 번영을 가져다준다”며 “한화그룹은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기반을 다져왔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극대화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차남규 부회장과 함께 한화생명(088350)을 이끌게 될 여승주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문가이자 M&A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여 사장은 옛 구조조정본부에서 상무보에 오른 후 2004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 후 재정팀장·전략기획실장을 거쳤다. 이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한화와 삼성그룹 간의 방산 부문 ‘빅딜’에도 관여했다. 여 사장은 보험업과 핀테크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사업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디지털혁신실 상무가 맡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의 조직개편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 초 경영기획실을 없애고 ㈜한화에 지주경영 부문을 신설해 지주회사 전환을 대비하고 있다. ㈜한화 지주경영 부문은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금춘수 부회장이 이끌 예정이다.
향후 방산 부문의 지배구조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방산 부문 계열사는 ㈜한화를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지상방산·한화시스템을 100% 지배하고 한화디펜스는 한화지상방산의 100%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얽힌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조만간 한화지상방산이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한화의 방산 부문 재편 작업은 올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에는 ㈜한화가 한화디펜스로부터 항법·레이저체계 사업 부문을 사들였으며 한화테크윈(012450)은 시큐리티 사업 부문을 분할 해 항공엔진사업만 남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8월에는 방산과 정보기술(IT)을 아우르는 한화시스템과 한화S&C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양철민·고병기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