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 하반기 만기 도래라는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 채권시장에서 20억달러의 자금을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증권 투자금은 14억1,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주식 투자금이 5억6,000만달러 순유입된 반면 채권 투자금은 19억8,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것은 한미 금리 역전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 자금은 상반기에 많이 들어왔다 하반기에는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인다”며 “특히 지난달 초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 물량이 있어 순유출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채권시장 자금 이탈에 일시적·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 9월 초(1~11일 중)에는 채권 자금이 31억달러 넘게 유출됐지만 이후(12~30일 중)에는 11억달러 넘게 유입돼 순유출 규모가 축소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인한 한미 간 금리 역전폭 확대,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와 이탈리아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산,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감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지금까지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유로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가 적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시장에서는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내용이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국제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우리나라와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날 경제상황점검회의 후 전날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과 관련해 “통상의 대응보다 좀 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컨틴전시 플랜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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