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12일) 9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동향 발표 한 달 전부터 “기저효과 영향으로 9월 고용 지표가 안 좋을 수 있다”면서 취업자 증가 수를 사실상 마이너스(-)로 예상하기도 했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뚜껑을 열어보니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4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8월 증가 폭이 3,000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일견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적은 수치고, 8개월째 10만명대를 밑돈 수준입니다. 정부의 올해 취업자 수 목표치인 18만명 증가도 사실 요원해졌고요.
◇ 세금·추석이 막아준 마이너스 고용=정부·여당에서는 9월 취업자 증가 수를 놓고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안도할 상황은 아닙니다. 우선 9월 취업자 증가 수가 4만5,000명이라도 나와준 것은 정부 재정이 투입돼 급조된 ‘땜질’ 덕입니다. 정부는 간병 등 보건·복지 서비스 사업에 재정 투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 덕에 보건·복지 서비스업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3,000명 늘었습니다. 공공행정 업종도 2만7,000명 늘었습니다. 두 분야 모두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는 업종입니다. 아무래도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자리에 세금으로 땜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는 3대 업종인 도·소매업(-10만명)와 숙박·음식점업(-8만6,000명), 사업시설관리업(-13만명)에서는 총 31만6,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했습니다. 2014년 이후 취업자 감소 폭이 가장 큽니다. 민간 업종의 취업자 수 감소를 공적 자금이 투입된 분야의 증가로 메운 꼴이 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 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섹터에서 창출된 일자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취업자 증가 수가 반짝 상승한 또 다른 요인은 추석에 있습니다. 통상 기업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생산을 앞당깁니다. 특히 명절 소비가 많은 섬유와 식료품 등 소비재 업종이 그렇습니다. 자연스레 생산에 투입할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됩니다. 그 덕에 지난 8월 10만4,000명이나 줄었던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4만2,000명에 그쳤습니다. 4만2,000명 감소도 적지 않은 숫자이긴 하지만요. 통계청은 “식료품과 섬유, 의복 등의 소비재 관련 일부 제조업에서 미세하게나마 취업자 수 증가와 감소 폭 둔화가 나타났다”면서 “이런 점이 제조업 감소 폭 둔화에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통계청이 식료품 등 제조업 하위 항목들의 취업자 수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기는 하지만 이를 외부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자체 분석 결과, 영향이 있었다는 점까지만 인정을 한 셈이죠.
◇ 정부 “일자리의 질 개선”…과연?=정부는 9월 고용동향을 두고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대라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는 임시·일용직(21만4,000명) 근로자는 줄었지만, 상용직(33만명) 근로자는 늘었으니 이를 근거로 ‘질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용직 근로자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상용직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비정규직도 당연히 포함이 됩니다. 통계상 상용직이 늘었지만, 비정규직이 늘어난 부분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계청은 “정부 재정 투입 효과 등을 감안하면 민간 영역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가 미미하거나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 투입이 그나마 지금의 고용 시장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의미죠.
한국 경제의 주축인 30~40대의 고용 악화도 뚜렷합니다. 30대 취업자 수는 10만4,000명 줄었고, 40대는 이보다 많은 12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40대 고용 악화는 최근 몇 달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30대 고용까지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30대 고용률이 전년 대비 0.2%포인트 낮은 75.6%로 집계됐는데, 이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꺾인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30대 취업자는 10만4,000명 줄어들며 지난 최근 3년래 가장 감소 폭이 컸고요.
반대로 60세 이상은 취업자 수가 23만3,000명이나 늘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농림어업종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도 고용의 질이 나빠진다는 사인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림어업은 1980년 이후 계속 줄어왔고, 줄어드는 게 정상”이라면서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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