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스피 지수는 32.18포인트(1.51%) 오른 2,161.85에 마감하며 전날 하락분(98.94포인트)의 3분의 1 가량을 회복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8거래일 연속 2조원을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730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섰다. 코스닥 지수도 1,200억원, 200억원씩 사들인 기관과 외인에 힘입어 24.12포인트(3.41%) 상승한 731.50에 장을 마쳤다. 한국의 ‘공포지수’인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2.25포인트 내린 16.25를 나타내며 증시의 진정세를 알렸다. 뒤이어 개장한 뉴욕 증시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15%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1.42%, 나스닥 2.29% 등 주요 지수가 모두 급등하며 한숨을 돌렸다.
‘급락은 일단 멈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올해 1월을 고점으로 현재 18% 떨어졌는데 추가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를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와 같은 해 미국 신용등급처럼 코스피를 20% 이상 무너뜨릴 시스템 위기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여전히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분위기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리스크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기술주의 실적 악화 우려, 중국 소비 심리 위축 등 주가 하락 요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빠른 반등보다는 보수적 경계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가 예상보다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증시 위축에 기업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유상증자를 예정했던 기업들이 발행가격을 낮춰 부담을 낮추는 것. 지난 12일 바른전자(064520)는 당초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을 761원으로 잡았다가 542원으로 30% 가량 낮췄다. 이를 통해 당초 유증으로 확보하려 했던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규모도 38억3,000만원, 190억원에서 22억6,000만원, 140억원으로 줄였다. 특수건설(026150) 역시 4,935원으로 책정한 유증 발행가격을 11일 4,545원으로 인하해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지 여부를 가늠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추가 금리 인상 경로의 파악이 가능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의사록 공개,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등 증시의 급변을 자극할 수 있는 일정이 이번 주 잇따르는 점도 부담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이미 장부 가치보다 하락한 사실을 고려하면 최저점은 2,040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작은 변수 하나에도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점을 확인한 이상 시장 조정의 끝을 예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0.44%)를 비롯해 영국(-0.16%)과 프랑스(0.2%), 독일(0.13%) 등 EU 개별 국가들이 아직 전날 ‘검은 목요일’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증시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국내 증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다른 큰 이유는 ‘FAN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미국 기술주의 부진이다. 부정적인 전망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주가가 미끄러진 것은 드문 현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수년 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기술주가 꺾인다면 대체할 다른 성장주가 없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기술주의 등락은 국내 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의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면 반도체주 역시 주가가 내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허재환 연구원은 “나스닥 지수는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나스닥 지수가 급락할 때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매도 압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3·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됐지만 대외 악재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일 확률이 높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이익이 시장의 예상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이미 낮아지고 있는 4·4분기 실적 전망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며 “앞으로 한 달 동안 3·4분기의 실적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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