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은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회의록 지침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공정위 내부에서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유 국장은 이어 “법원에 못지않은 투명한 절차로 통과되도록 노력해오던 차에 지난 4월 공정위 사무처장이 저를 부르더니 ‘이곳은 준사법기관이 아니’라며 ‘전결권을 박탈할 테니 받아들이든 말든 알아서 생각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압박에 김상조 위원장도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 국장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제게 급작스럽게 ‘갑질을 했다’며 전면적 직무정지를 했고 본인이 다 지시했다는 말씀을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전부터 김 위원장이 지시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의록 지침은 현재 비공개인 공정위 속기록과 표결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녹음까지 남기는 쪽으로 관련 지침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 7월 공정위는 ‘회의록 지침’ 폐지 방침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판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4년 공정위에 임용된 유 국장은 김 위원장의 지시로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지철호 부위원장도 중소기업중앙회 취업했을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기소되자 김 위원장이 업무에서 배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 위원장의 ‘직권 남용’이라며 비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기가 보장된 부위원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려고 했다면 청와대에 직무 정지 요청을 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신고가 들어왔다고 심판관리관 직무를 정지한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 부위원장 역시 “업무 배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소돼 대·중소기업 전문가로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 국장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주어야 하느냐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다 오전 11시께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감사는 11시 30분께 재개됐고 김 위원장은 “심판관리관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한 것은 심판관리관실 직원 다수의 갑질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위원회 내에서 위원들끼리 합의 하에서 이뤄진 결과 또는 사건처리절차 규칙을 비롯해 법령의 개선에 관해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벤츠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배우자의 차 대금을 40% 이상 할인해 주는 등 고위층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특별대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비서관이 공정위 정책 자문관으로 채용된 사실에 대해 김 위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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