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펀드시장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펀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고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신고가 행진 덕에 ‘10% 적금’으로 불렸던 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가입만 하면 플러스를 내던 베트남펀드는 최근 호전되는 모습이지만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에는 럭셔리·부동산·일본펀드 등 ‘신(新)안전자산’으로 관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 변동성으로 최근 6개월간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럭셔리펀드 3.07%, 부동산펀드가 국내외 각각 1.70%, 4.26% 수익을 거뒀다. 지역 펀드 중에서는 베트남펀드가 같은 기간 15.06% 손실을 낸 반면 일본펀드는 2.45%로 선방했다.
올해 ‘펀드 무덤’ 속에서 버팀목이었던 미국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기술주를 추종하는 ‘팡 플러스(FANG+)’ 지수마저 지난 10일 장중 한때 6월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면서 새로운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펀드시장에서 안전자산 지위가 럭셔리·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실물경기에 둔감한 업종으로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금이 과거 달러의 보완재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지만 그 패러다임은 이제 완전히 변했다”고 안전자산 권력서열이 바뀌고 있음을 전했다.
안전자산 신흥강자로 떠오른 럭셔리펀드는 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꾸준히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온라인 판매를 늘리며 안전자산 지위를 확실히 꿰차는 모양새다. 또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도 호재다. 이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3.07%, 올해 7.26%, 1년은 무려 33.13%에 달한다.
부동산펀드 역시 해외 부동산 중 글로벌리츠와 일본리츠펀드 6개월 수익률은 각각 5.81%, 4.86%에 달한다. 실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펀드는 증시 흐름보다 변동성이 작아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일본리츠의 경우 1년 수익률이 10.12%로 ‘마의 10%’를 돌파했다. 일본펀드는 닛케이225지수가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이어가는 덕에 6개월 수익률이 2.45%, 올해는 8.26%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안전자산 대표 격인 금은 외면받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달러는 강세인 반면 금값은 약세로 이어져 금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80%로 40개 펀드테마 중 최하위다. 삼성그룹주펀드 역시 올 1월까지만 해도 6개월 수익률이 7.6%, 1년 수익률이 37.44%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직후 5만4,000원대를 넘봤지만 현재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호텔신라 등도 줄줄이 미끄러지면서 삼성그룹주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2.6%로 추락했다. 베트남펀드는 연초만 해도 6개월 수익률이 35%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였지만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신흥국 부진까지 겹치면서 6개월 수익률이 -15.06%로 돌변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