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은 매력적이다. 가을 산행이 주는 묘미 중 하나는 꽃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야생화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관찰하고는 한다. 덕분에 몇몇 자주 만나는 꽃 이름은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비슷하게 생긴 꽃들은 아직도 헷갈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산에 갈 때마다 몇 년 전 얻은 두꺼운 식물도감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하지만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방대한 분량을 다 볼 수도 없고 지역과 계절에 따른 차이가 있어 궁금증을 다 해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 식물 이름이나 꽃말 등 궁금한 사항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얼마 전 산행 가는 길에 국화를 닮은 꽃이 있어 검색해보니 요즘은 보기 힘든 과꽃이었다. 같은 국화과에 속하기도 하지만 식물명이 엄연히 달랐다. 이렇듯 두꺼운 식물도감을 뒤적이기보다 지식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기술을 통한 혁신이자 집단지성의 힘이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휠러는 개미가 협업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근거로 개미가 개체로서는 미미하나 군집하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집단지성의 대표적 사례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들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생산할 수 있고 손쉽게 공유하면서 계속 진보하는 집단지성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어떨까. 기업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고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의 관행과 업무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마음가짐과 재정비된 조직을 바탕으로 질적인 도약을 이뤄야 한다. 올여름 폭염에서도 겪었듯이 과거의 경험만으로 미래를 예상할 수 없고 새로운 큰 흐름의 변화에서 남보다 앞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혼자 할 수는 없기에 함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전회사도 큰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발전설비를 모니터링하고 고장을 예방하며 3D 프린팅으로 만든 부품으로 터빈과 보일러를 정비하고 드론과 로봇이 발전 현장에서 쓰이는 시대를 먼 훗날의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필자가 근무하는 동서발전은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현할 수 있는 전문조직으로 발전기술개발원을 만들고 발전운영 전문 노하우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복합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협업에 나선다면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혁신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기운 속 과꽃의 꽃말 ‘믿음직한 사랑,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며 주말 산행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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