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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원전 밸류체인’…스카우트 본격화 땐 인력·기술 다 뺏길판

脫원전에 핵심인력 14명 해외로

기계·설비분야 등 이직 늘어

수출마저 가로막을 가능성

"원전 기술자 해외요직 차지땐

향후 수주전서 유리"반론도

올해 6월 원전을 전공하는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회가 들고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우리에게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습니다”는 구호를 외치면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미래 일자리가 불투명해진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들의 절규였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외면하자 학생들도 점차 발길을 돌렸다. 중앙대 에너지공학부는 올해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후순위 지망자를 배정하는 형식으로 정원을 메웠고 KAIST에선 원자력 관련 학과를 선택한 학생이 전체 1학년 819명 가운데 5명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신규 원전이 들어서지 못하는 2020년 중반부터는 원전 산업의 밸류채인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원전 산업의 붕괴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모양새다. 원전 산업 인력의 붕괴가 당장 산업 현장에서부터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일거리’를 찾아 나선 셈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로부터 제출받은 ‘원전 인력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정년퇴직과 해임, 사망과 같은 비자발적 퇴직을 제외한 120명이 지난해 퇴직을 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고급 인력인 원전 인력들이 고연봉을 보장하는 사기업으로 떠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기계와 설계 분야는 원전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인력 유출도 합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 학과 교수는 “원전 관련 건설 기업들 중 유능한 과장급 인사들도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른 장비나 건설 산업으로 뛰어드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출 뿐 아니라 해외로 떠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 KPS, 한전기술 등 3개 공기업의 해외 이직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명뿐이었다. 지난해엔 9명, 올해에도 5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17명의 인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ENEC와 나와(Nawah)로 자리를 옮겼다.



인력 유출은 곧 원전 산업의 수출마저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원전 업계의 공통된 분위기다. 정부가 탈원전을 하더라도 원전 수주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과는 상반된다. 정 교수는 “미국과 프랑스 등이 현재 원전 수출 실적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자국의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아 수출을 하더라도 사후에 관리를 해줄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며 “노회한 전문가들만 있는 미국과 프랑스와 달리 전도 유망한 기술자들이 한국에 많다는 점이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굴기를 선언한 중국 등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높아질 경우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반대의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 출신 원전 기술자들이 해외 에너지 기관의 요직을 차지할 경우 향후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의 손을 더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UAE 칼리파 공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UAE의 ENEC과 나와(Nawah) 등에선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용병’들이 본부장급을 맡아 입김이 상당하다”며 “한국 출신은 기껏 해야 부장급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출신 원전 관계자들이 더욱 해외 기관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원전을 수출하더라도 공사 과정에서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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