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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ory]"K 바이오시밀러 팔자"…글로벌 제약 공룡들 마케팅 대리전

美 제약시장 문턱 낮아지고…'韓 복제약' 기술 높아져

화이자 "셀트리온 램시마 안전" 홍보…매출 확대 주력

삼바에피스 유통사 MSD도 미재향군인부와 공급 계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효능과 안전성은 동일합니다. 일부 대형 제약사가 유통하는 가짜뉴스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새 지침을 마련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8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교란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 하나가 접수됐다. 탄원서를 제출한 곳은 글로벌 1위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였다. 화이자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제조사들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있다”며 조속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FDA에 요청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를 놓고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산세가 더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국산 바이오시밀러로 인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며 셀트리온(068270)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미국에서 유통하는 화이자는 8월 FDA에 탄원서를 제출한 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선 병·의원은 물론 대형 민간보험사를 대상으로 램시마의 효능과 안전성을 알리는 안내문을 배포하며 연일 매출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시 화이자는 탄원서에서 암젠·제넨테크·존슨앤드존슨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암젠은 올 들어 유튜브·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성분이 동일하지 않아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동영상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제넨테크는 아예 자사 홈페이지에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모든 면에서 동일하지 않다는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가 미국에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화이자 역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을 공급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를 공급하는 존슨앤드존슨이 미국 보험사 및 병·의원과 담합해 램시마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화이자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힘입어 램시마의 올 2·4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2,300만달러(약 260억원)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6,300만달러(약 72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유통사인 MSD도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민간보험과 일선 병·의원 위주의 영업에서 나아가 정부기관을 새 고객으로 잡은 것이다. MSD는 이달 초 미국 재향군인부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5년 동안 1억1,750만달러(약 1,330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의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재향군인부는 미국 내 퇴역군인의 자립과 생계를 지원하는 정부기관이다. 세금으로 미국 전역에서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렌플렉시스의 경쟁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SD는 렌플렉시스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치고 단독수주한 만큼 향후 미국 내 국립병원이나 군병원에 추가로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유통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 확대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양사는 유럽에서 첫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퍼스트 무버’ 제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입증했고 시장점유율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이오시밀러에 엄격한 미국 시장의 특수성도 이유로 꼽힌다.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를 보면 유럽은 46종에 이르지만 미국은 12종에 불과하다. FDA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이 잇따르자 올 초 바이오시밀러 보급을 늘리겠다며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약가를 우대하는 내용의 대책을 새로 발표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의 입김이 강한 미국은 그간 바이오시밀러에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맞물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화이자와 MSD 같은 다국적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뛰어들면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는 마중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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