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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머스 행성' SK플래닛의 운명은...

헬로네이처 지분 11번가에 매각

7년간 11번의 분할·합병 마무리

OK캐쉬백·시럽 빅데이터 활용

SW개발 SK테크와 시너지 통해

데이터기술회사로 새단장 나서





총 11차례의 걸친 사업부 분할과 합병. 그리고 국내 1위 음원 서비스(멜론) 운영사와 광고사업부 등의 매각. 2011년부터 최근까지 불과 7년 동안 SK텔레콤(017670)의 정보기술(IT)·전자상거래(e커머스) 전문 자회사 ‘SK플래닛’에서 일어났던 굴곡의 역사다. 각종 사업 확대로 1조6,246억원(2015년)에 달했던 매출액은 어느덧 1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고 2,500명이 넘었던 직원도 1,100명 수준으로 줄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I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실험을 펼친다는 목표로 출범한 SK플래닛이 ‘리트머스 시험 행성(Planet·플래닛)’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모기업 SK텔레콤과 떨어져 나간 커머스 전문 관계사 ‘11번가’를 중심으로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15일 SK플래닛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온라인 식음료 기업 헬로네이처의 보유 지분 49.9%를 11번가에 299억원에 처분했다. 이에 따라 SK플래닛의 국내 종속기업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하는 SK앰엔서비스만 남게 됐다. SK플래닛 측은 “11번가에 커머스 사업 역량을 집중시키고 재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지난달 1일 커머스 사업부인 11번가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마케팅 사업부(OK캐쉬백·시럽)만 남겼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 등의 기관투자가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는 대신 11번가를 떼어낸 것이다. 대신 모기업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 등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전담했던 SK테크엑스를 SK플래닛에 붙였다. SK테크엑스와 SK플래닛이 따로 지낸 지 2년 6개월 만에 다시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나 ‘한 식구’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재편하고 조직 내부를 정비하느라 SK플래닛 내부도 분주한 분위기다.



이처럼 SK플래닛이 사업부를 쪼개고 붙이는 혼란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1번가’의 적자 행진과 모바일 지갑 플랫폼인 ‘시럽’의 부진이다. 11번가는 기존 1위 온라인 오픈마켓인 ‘G마켓’을 제치고 거래액 기준 1위 사업자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마케팅·운영 비용과 해외 투자 사업의 부진 탓에 지난해만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11번가와 연동을 통해 결제와 할인, 적립 등을 한 번에 처리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시럽 사업의 부진이 SK플래닛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시럽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시럽페이(현 11페이)’는 한동안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11번가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는 “SK플래닛은 시럽 플랫폼에 일정 수준의 사람이 모이자마자 광고와 마케팅 메시지를 내보내 돈을 벌려고 했다”면서 “이때부터 사람들은 마치 거리에서 ‘전단지’를 피하듯이 앱을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도 SK플래닛에 남은 희망은 3,500만명이 사용하는 국내 최대 보상 포인트 서비스 OK캐쉬백과 1,500만명이 가입한 시럽이다. SK텔레콤이 자사의 교통 앱 ‘T맵’에서 모인 데이터를 가공해 날씨 정보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던 개발사 SK테크엑스를 SK플래닛과 합병한 것도 이를 고려한 조처다. 그동안 OK캐쉬백과 시럽에 쌓인 소비자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기술 기반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SK플래닛은 시럽에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OK캐쉬백을 19년, 시럽을 8년 동안 각각 운영하면서 쌓인 빅데이터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데이터 기술회사로 새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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