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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부동산 '큰손' 미래에셋, 주식으로 방향 튼다

■박현주 "부동산 지금이 고점"

글로벌 증시 상황 안좋지만

조정 끝나면 돈 유입 판단

오피스텔·호텔 투자는 자제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책임자(GISO) 겸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이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 확대를 천명한 것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억누르는 악재가 많지만 단기 조정이 끝나면 돈의 물줄기가 다시 자본시장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은 위험을 관리하며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박 회장이 부동산시장을 고점으로 평가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그간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자산운용과 부동산 투자를 근간으로 성장했다. 호텔을 중심으로 국내외 대형오피스에 집중 투자했고 올 초 3조원 규모의 초대형 빌딩인 홍콩 더센터에 해외 투자은행(IB)과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말 좋은 입지와 조건이 아니면 최근에는 오피스에 투자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사기준을 한 단계 높여 오피스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이 부동산 영역으로 투자해온 호텔도 올 들어 투자가 줄었다는 게 호텔 투자 업계의 설명이다. 호텔 투자 관련 자문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이 호텔에 대해서는 기존에 논의 중인 투자 외에 추가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부동산 자산 가격은 상승세를 멈췄다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홍콩에 기반을 둔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홍콩조차 최근에는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의 부동산 과열은 전 세계 시장과 다소 동떨어진 경향이지만 지방은 물론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하락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주목하는 증시나 보험업 역시 당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다만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이들 영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전한 취지다.



박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를 언급해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미국은 물론 국내 기업은 마진 축소와 이익 증가율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내년 이후 투자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기업들이 내년 실적 증가 기대치를 큰 폭으로 낮추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전기의 경우 적층세라믹패시터(MLCC)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20% 낮추더라도 두자릿수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추천했다.

미래에셋그룹이 보험업에 주목하는 것은 중장기 신흥국 성장에 보험사의 운용전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의 한 관계자는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중산층이 크게 증가하며 20년 뒤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중산층 중 70%가 신흥국에서 나올 것”이라면서 “신흥국 그 자체가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연금시장도 개인연금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미래에셋그룹의 견해다. 소득 양극화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소득 최상위층 이외에 나머지는 연금세대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이 클라우드 컴퓨팅 종목을 주로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상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미국 운용사 ‘글로벌X’를 통해 상품이 출시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투자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부동산 고점론’에는 동의하지만 대안으로 주식시장이나 개인연금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일부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한 국내 고급호텔 중 일부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미래에셋은 호텔 건물이 아닌 호텔 운영회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쉽지 않아 철회한 상태다. 브라질 등 해외 부동산 공모투자 중 일부는 70% 넘는 손실을 내 일반투자자의 항의를 받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그동안 지나치게 부동산에 자금이 쏠렸다는 점에서는 고려해볼 투자처지만 현재 시황이 극도로 나쁜 상태여서 실제 자금이 흐를지는 미지수다. 개인연금 역시 수년째 미래에셋을 포함해 업계 전반이 낮은 수익률 대비 높은 수수료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임세원·조양준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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