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 주택공시가격 현실화를 공언한 가운데 서울시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 반영률을 높여줄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현재 시세의 40~ 50%대인 서울 단독주택(다가구 포함)의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 국토부에서는 일시에 현실화율을 높일 경우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데다 주택 공시가격과 연계된 복지혜택 탈락자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점진적인 인상 방안을 고민 중이다.
17일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개별주택가격 공시업무 관련 개선사항 건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실거래 반영 비율을 높여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현재 법적 근거 없이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정한 ‘공시비율 80%’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공시비율이란 공시가격 산정 시 담당자가 산정한 ‘조사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사실상 공시가격 인상의 상한선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가 감정원을 통해 일괄 산정하고 있으며 단독주택(다가구 포함)은 국토부가 전국 22만 가구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1월 공표하면, 각 지자체가 396만 가구의 개별 주택공시가격을 산정해 4월에 공개한다. 서울의 경우 2만 1,000여 개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따라 각 자치구에서 31만 5,000가구의 개별주택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특히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세반영률이 토지는 30~50%, 단독주택은 40~50%, 아파트는 60~70% 선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토부가 형평성 제고 및 부동산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주택 공시가격 인상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데다 서울시도 적극적인 인상 의지를 피력하면서 서울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내년 에는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이 김종필 세무사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강남권 등의 단독·다가구 주택은 시세 상승분에 더해 현실화율까지 오르면 이에 따른 세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대지면적 219㎡, 연면적 433㎡의 다가구 주택의 경우 올해 4월 고시된 공시가격이 10억 6,000만 원이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 단독주택가격은 3.3㎡당 4,000만 원으로 현 시세는 약 26억 4,990만이다. 올해 고시된 공시가격의 40% 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의 50%대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는 올해 358만 6,560원에서 52% 오른 544만 6,660원으로 세 부담 상한인 50%를 넘어선다. 만약 공시가격이 시세의 60%까지 오르면 세금은 767만 원까지 오른다. 김종필 세무사는 “시세 상승분에 공시가격 현실화까지 더해지면 세 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오르는 주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가 오른 만큼은 적어도 반영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현실화율을 갑자기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저가 주택의 경우 복지혜택이 연계돼 있어 정부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에 가격이 많이 오른 고가 주택 위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도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이의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위원회 김영진 위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90건이던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올해 2.86배인 1,117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하향요구가 697건으로 62.4%를 차지했다./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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