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여파로 저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대형 대부업체마저 지점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신용대출의 수익성이 떨어진 가운데 시장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데다 기존 차주의 부실 우려가 높아진 만큼 비용 절감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산와대부는 올해 들어 지점 11곳을 통폐합해 총 지점 수가 올 초 65개에서 현재 54개로 급감했다.
특히 이달에만 지점 4곳이 흡수됐다. 전남 순천 지점이 광주광역시 광주지점으로, 경기 시흥 지점은 경기 안산 지점으로 통폐합됐으며 전북 전주 지점과 전남 목포 지점은 광주광역시 광산지점에 통합됐다. 리드코프의 경우 영업비용을 지난해 상반기 2,064억원에서 올 상반기 1,709억원으로 17% 줄였다. 대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대부업체가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한 지는 오래됐으며 대형 대부업체도 뒤따라 대출 신청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리드코프도 신규 신용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형 대부업체까지도 신용대출을 꺼리는 것은 올해 들어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인하됨에 따라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 상위 20개사로부터 빌린 신규 신용대출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53만2,543명에서 1년 새 9만7,000여명 줄었다. 이 중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는 31만2,007명에서 24만1,199명으로 22.7% 급감했다. 저신용자 대상 대부업 대출 승인율이 지난 2015년 21.3%에서 올 상반기 12.8%로 반토막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등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이 오르는 만큼 대부업체는 판관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를 주요 자금 조달처로 삼았지만 올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의 대부업 신용공여를 제한하면서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가 대부업계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대부업체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어 조달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7월 한국기업평가는 리드코프의 CP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대부업체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조달금리 5%, 대출 중개 수수료 5%에 대손비용 10%, 판관비 등을 포함하고 여기에 시장금리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연 24%의 금리는 밑지는 장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고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저신용자가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가 대부업체마저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추가적인 최고금리 인하는 중신용자 대출 시장마저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경제여건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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