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유럽에 출시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에 도전한다. 휴미라의 ‘퍼스트 무버’ 자리를 놓고 5개사가 한꺼번에 뛰어든다는 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7일(현지시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SB5)를 유럽 유통사 바이오젠을 통해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신청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기존 ‘베네팔리’ ‘플릭사비’ ‘온트루잔트’에 이어 임랄디까지 상용화에서 성공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업계 최초로 단일 시장에서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바이오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임랄디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는 수년째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액 1위를 달리는 제품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애브비가 지난 2002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한 이래 류머티스관절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건선, 강직성척수염 등에 주로 쓰인다.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189억4,600만달러(약 21조3,500억원)어치가 팔렸다.
임랄디의 유럽 출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선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셀트리온(068270)보다 10년 늦게 설립됐지만 유럽에서 셀트리온보다 1종 많은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랄디’를 유럽에 정식 출시하면서 업계 최초로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환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바이오의약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랄디 출시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휴미라 개발사인 애브비가 100여개에 이르는 각종 특허를 앞세워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가로막으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정작 제품을 개발하고도 특허에 막혀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뻔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7년 3월 애브비를 상대로 영국에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에서 승소했고 뒤이어 올 4월에는 특허분쟁을 마무리하는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하며 임랄디 상용화의 포문을 열었다.
다만 첫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퍼스트 무버’ 자리를 놓고 바이오시밀러 시장 최초로 글로벌 5개사 격돌한다는 점이 변수다.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인 암젠 ‘솔림빅’, 산도즈 ‘하이리모즈’, 마일런·쿄와기린 ‘훌리오’, 베링거인겔하임 ‘실테조’가 임랄디의 경쟁 상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랄디의 장점으로 투약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휴미라가 제품을 개봉한 뒤 버튼을 눌러 약물을 투약하는 방식인 반면 임랄디는 ‘오토 인젝터’ 기능을 적용해 주삿바늘을 꼽기만 하면 자동으로 투약이 이뤄진다. 유효기간 역시 휴미라가 24개월인 반면 임랄디는 36개월로 늘렸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단일 제품으로 워낙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모든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바이오의약품”이라며 “특허문제로 미국 판매가 2023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유럽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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